중국 외교부 브리핑은 '모르쇠'?

  • 입력 2006년 2월 10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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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은 '모르쇠'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외교 현안에 관한 한 그 정도가 심하다.

자오궈뱌오(焦國標) 전 베이징(北京)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10일 홍콩 핑궈일보에 기고한 '중국 외교부의 전용 어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 외교당국의 이런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오 전 교수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무중생유(無中生有·없는 사실을 꾸며낸다)', '축의왜곡(畜意歪曲·본래 뜻을 왜곡한다)', '설삼도사(說三道四· 멋대로 지껄인다)' 등 3개의 용어만으로 대부분의 외교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자오 전 교수는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설삼도사와 외교부를 입력하자 모두 2만6800건이 검색됐고 무중생유와 외교부는 1만6700건, 축의왜곡과 외교부는 6000여건이나 나왔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 민주화나 중국 인권문제처럼 귀에 거슬리는 주장이 나오면 "설삼도사하지 말라"고 비난하고, 공식 발표 내용과 조금이라도 틀리면 "축의왜곡", 확인해주기 싫은 민감한 현안은 "무중생유"라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극비 방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중생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나 최근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 시위대 발포사건에 대해서는 반대로 '유중무생(有中無生·있는 사실을 없다고 한다)'의 태도를 보인다.

자오 전 교수는 "중국어의 풍부한 조어 능력과 외교관 특유의 어휘 구사능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부가 이 세 가지 어휘에만 매달리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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