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주명]‘해외에너지 개발사업’ 선택 아닌 필수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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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가 세계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유가는 새로운 유전 개발에 대한 투자 부진으로 인한 공급 능력 감소와 동유럽을 비롯한 중국 인도의 경제력 확대에 따른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이러한 수요 공급의 불균형 현상을 일시적인 상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산유국의 증산에 따른 생산 인프라 개선에 필요한 시간이 3∼5년, 새로운 유전의 발견과 생산에 이르는 시간이 통상적으로 7∼10년 소요되고 이미 광구권 확보를 포함한 유전 개발 비용이 급격하게 인상된 점을 감안하다면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의 진입으로 보는 시각이 더욱 근원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해결책으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효율 향상, 극지 및 심해저의 해외 유전 개발 사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석에너지원 중심의 에너지 공급 체계에서 태양광, 수력, 풍력,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도 원자력을 포함한 전통적 에너지원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며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비율은 예상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기물, 수력에너지를 포함한 주요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미국 4.5%, 독일 3.8%, 일본 3.7%, 한국은 2.3%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친화성, 재생가능성 등의 장점이 있지만 대용량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기술적 난관과 기존의 에너지 공급 체계 등을 고려하면 아직 실용화 단계가 아닌 연구 배아기 과정에 머물고 있는 미래지향적 기술이다. 완전한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도래는 모든 에너지 환경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지구의 유토피아화를 뜻한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석유, 천연가스의 조기 고갈설과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에 대한 성급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인해 자원 빈국인 한국이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을 소홀히 한다면 국가 에너지 위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거의 100년간 에너지원과 기초 원료로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 천연가스 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통 에너지와 미래 에너지의 상호보완적인 에너지정책의 확립과 시행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IEA는 심해 및 극지 유전 개발, 기존 유전의 회수율 증진 기술, 화석에너지 청정화 기술을 통해 미래에 예상되는 에너지 부족량을 확실히 보전할 수 있는 탐사 및 시추 등 석유자원 개발의 상류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최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 자원 확보를 국가성장의 잠재력으로 인식해 세계 에너지시장을 가열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상황을 직시하다면 우리나라도 현재 경제성장의 동력원인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개발 사업을 선택이 아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가적 기간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실적 수요와 실적에 근거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을 에너지 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강주명 서울대 교수 자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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