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정호]성장 속에 ‘재분배 기능’ 있다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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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빈부 격차를 시장경제 탓으로 돌린다. 사유재산제도와 경제 활동의 자유 때문에 경제 성장이 되기는 하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혁명으로 그 빈부 격차를 없애기 위한 시도였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사회주의 국가에도 자본주의 못지않은 빈부 격차가 존재한다.

경제자유네트워크에서는 매년 나라별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2003년의 경우 한국은 조사 대상 127개국 중에서 35위를 차지했다. 최상위 국가는 홍콩 싱가포르 아일랜드 영국 미국 같은 나라이고, 최하위에는 베트남 러시아 미얀마 등 사회주의 국가가 있다. 경제적 자유와 소득 격차 간의 관계를 보기 위해 각 나라에서 최하위 소득계층 10%가 국민소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했다. 경제자유지수가 1∼25등인 나라의 경우 2.7%였는데, 놀랍게도 경제자유지수가 가장 낮은 100위 이하의 나라들도 그 수치가 똑같게 나왔다. 사회주의 국가도 시장경제 국가에서와 똑같은 빈부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 사회주의 국가가 경제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큰 명분은 빈부 격차를 없앤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빈부 격차는 없애지 못하고 국민에게 굶주림만 안겨준 셈이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니클라스 베르그렌은 실증 분석을 통해서 경제적 자유의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평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속적으로 경제적 자유가 확대되면 당장은 소득 격차가 커지지만, 10여 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뒤졌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앞선 사람을 쫓기 마련인데, 앞선 사람의 속도보다 쫓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경제를 빈부 격차의 원흉으로 믿게 된 것은 이 체제만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 내의 불평등을 사회주의 때문이라고 비난한다면 십중팔구 수용소에 잡혀갈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에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했지만, 그것 때문에 봉건체제나 왕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아마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비판의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만 불평등을 비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는 불평등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사실 한국은 상당히 평등한 나라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하면 123개국 중 26위로 평등하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 성장의 둔화와 함께 소득 격차가 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되어 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다면 다시 과거 정도의 평등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평등한 사회일 수 있는 데에는 남에게 지고는 못사는 성질이 한몫하고 있다. 어떻게든 남처럼 잘살아 보려는 의지만큼 소득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없다. 국민이 불평보다는 각자 열심히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격차를 줄이는 방책이다.

세금을 거둬서 재분배하는 것은 해결책이 못된다. 그 돈을 나눠 받는 사람은 받기 위해 일하지 않고,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은 남 좋은 일 시키기 싫어서 일하지 않는다. 일 안하면 생산도 없고 나눌 것도 없어진다.

어느 정도 생산력이 줄더라도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관해서 미국 하버드대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의 최근 저서 ‘경제 성장의 도덕적 성과’라는 책이 좋은 참고가 된다. 성장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심성이 너그러워진다. 반면 정체된 사회는 폭력과 질투가 난무한다. 높은 세금과 재분배는 정체를 가져오고 그것이 갈등을 더욱 키운다.

저소득층에 돈을 나눠 주면 소비가 늘어서 내수가 좋아질 거라고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마치 전 국민이 돈을 아끼지 않고 펑펑 써 대면 경기도 좋아지고 경제도 발전한다는 말과 똑같다. 그건 파멸로 이르는 길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그래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긴 시야로 보면,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자유의 확대를 통해서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세금을 거두어서 재분배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다. 그리고 나랏일은 긴 시야로 보아야 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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