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건축비 평당 368만~385만원線은 턱도 없다”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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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분양 예정인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다.

SK건설과 동부건설은 이달 초 불참 방침을 밝혔으며, 삼성건설도 사실상 포기 방침을 정했다. GS건설도 불참 쪽으로 기울었고,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대형 업체 중에서는 매각을 앞두고 몸값을 높여야 하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정도가 참여키로 했을 뿐이다.

이 상태로 판교 분양이 이루어지면 청약자들의 아파트 브랜드 선택 폭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책정 건축비에 불만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은 정부가 책정한 건축비가 너무 낮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8월 판교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1만229채 중 건설업체는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6097채를 주택공사의 의뢰를 받아 짓는다.

하지만 책정된 건축비대로 아파트를 지으려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고 제대로 지으려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 건설업체들의 주장이다.

대한주택공사가 정한 판교 아파트의 평당 공사비는 320만 원. 건설교통부는 여기에 부대비용을 더한 기본 건축비를 평당 368만1000∼385만5000원 선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건설은 “이 건축비로 홈네트워크 및 무선 인터넷 기능 등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아파트를 지으려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면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문제는 양측의 갈등으로 대형 업체들이 실제로 분양에 불참하면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청약자가 브랜드를 보고 아파트를 고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청약 희망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더구나 건축비 논란은 청약 희망자가 내야 할 돈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게임’이다.

채권 매입비를 포함한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실제 분양가는 주변시세의 90% 선에 맞추기로 했기 때문에 건축비와 상관없이 당첨자가 내야 할 돈은 똑같다.

정부는 “대형 업체들이 서울 강남권 수준의 높은 이익을 올리려고 욕심을 부리지만 결국 따라올 것”이라며 방관하고 있다.

이래저래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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