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일하는 재미’… 생산성 34% 증가 ‘역발상의 기적’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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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논의 한 생산직원이 7일 안산공장에서 복사기 조립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안산=원대연 기자
롯데캐논의 한 생산직원이 7일 안산공장에서 복사기 조립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안산=원대연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복사기·복합기 제조업체인 롯데캐논 안산공장을 세 차례나 찾았다. 처음 방문한 2003년 11월에는 삼성전자 혁신팀, 2004년에는 공장장, 지난해에는 사업부장들과 함께였다. 안산공장의 김영순(51) 생산본부장은 “이 상무가 ‘세계의 좋다는 공장은 다 가 봤는데 여기 시스템이 가장 낫다’며 감탄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상무뿐만 아니라 이 공장을 견학하려는 경영자들이 줄을 섰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물론이고 호텔과 병원에서도 벤치마킹하려고 찾아온다”고 했다. 도대체 이 공장의 무엇이 기업인들을 불러들이는 것일까.》

○제품기종에 따라 조립 직원수 달라

7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있는 롯데캐논 안산공장. 팩스 복합기를 만드는 제조2팀 생산라인에 여직원 둘만 달랑 서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품 조립을 두 명이 다 한다.

열심히 손을 놀리는 허연희(25) 씨는 혼자서도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마이스터(Meister)’다. 대가(大家)의 경지에 올랐다는 의미다. 300여 명이 일하는 이 공장에는 이런 능력을 갖춘 25명의 마이스터가 있다.

허 씨는 “혼자 또는 둘이 제품을 만들면 졸리지 않고 재미있다”며 “내가 제품을 책임지니까 불량품도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산라인에서는 10여 명이 ‘U자’형으로 선 채 부지런히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대량 생산을 위한 작업장이다.

김정현 공장혁신팀장은 “제품 기종에 따라 매달리는 직원 수가 다르다”며 “많이 팔리는 건 여러 명이 달라붙어 대량 생산한다”고 말했다.

○소그룹서 부품 발주부터 제조-검사까지

안산=원대연 기자

1910년대 미국 포드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 세계의 모든 대기업은 컨베이어 생산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1998년 일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사장은 컨베이어 생산 방식을 버리고 ‘셀(cell·세포) 생산’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수십∼수백 명의 직원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컨베이어 시스템 대신 혼자 또는 몇 명의 직원이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캐논은 셀 생산 방식이 성공을 거두면서 도요타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롯데와 일본 캐논이 50 대 50으로 합작한 롯데캐논도 1999년부터 단계적으로 셀 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106m에 이르는 컨베이어를 뜯어낸 뒤 직원 한두 명이 모든 조립을 할 수 있는 형태로 공장 구조를 바꿨다.

안산공장은 셀 생산 방식 도입에 이어 일본 캐논에도 없는 시스템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였다. 국내 유일의 제도로 특허까지 받은 ‘기종장(機種長·Cell Company Organization)제’였다.

기종장제는 1명의 대표 기종장 밑에 수십 명을 두고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 발주부터 자재, 기술, 제조, 검사 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김 본부장은 “주인이 모든 것을 다하는 포장마차를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안산공장에는 이런 기종장 조직이 8개, 셀 생산 라인은 12개가 있다. 또 내수용 제품은 팔린 양만큼만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해 재고를 줄였다.

○생산성 34% 향상의 비결

셀 생산 방식과 기종장제 도입 이후 생산성은 34% 향상됐다. 직원 1인당 연간 제품생산 대수는 1998년 518대에서 지난해 695대로 증가했다.

컨베이어 생산 방식은 초보와 베테랑이 모두 똑같은 벨트 흐름에 따라 작업을 해야 하고 단순 업무만 반복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셀 생산 방식은 지루하지 않고 인간적이다. 능력에 맞춰 셀 라인을 구성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도 높다. 공정 개선도 쉽다.

다만 직원이 혼자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추기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들어가는 게 흠.

컨베이어 생산이 소품종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면 셀 생산 방식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딱 맞다.

셀 생산 방식을 고안한 미타라이 사장이 2003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안산공장은 독창적이다.

롯데그룹은 이 공장의 경영 혁신 사례를 교재로 만들어 임직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안산=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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