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糖’ 똑똑하네… 먹어도 ‘살 안찌는 초콜릿’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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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으로 누구에게나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콜릿. 하지만 설탕 성분 때문에 살이 찌게 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설탕의 화학적 구조를 약간 바꾸면 단맛은 유지하되 살은 찌지 않고 병도 없애는 ‘신세대 초콜릿’이 등장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달콤한 맛으로 누구에게나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콜릿. 하지만 설탕 성분 때문에 살이 찌게 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설탕의 화학적 구조를 약간 바꾸면 단맛은 유지하되 살은 찌지 않고 병도 없애는 ‘신세대 초콜릿’이 등장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4일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초콜릿의 단맛을 음미하며 사랑의 달콤함에 빠지게 되지만 많이 먹기에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단맛의 주 성분인 설탕이 우리 몸을 뚱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 음식을 실컷 먹어도 살은 안 찌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열량을 없앤 ‘신세대 당’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에 당을 붙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연구도 한창이다. 앞으로 밸런타인데이 때는 달콤한 맛과 함께 ‘건강도 챙겨 주는’ 초콜릿이 등장하지 않을까.》

● 당 분자 여럿 붙을수록 덜 달아

설탕은 당 분자 두 개가 연결돼 있다. 당 분자의 기본 구조는 다각형의 탄소 고리 주변에 다양한 가지들이 붙은 형태(그림). 분자 하나로 이뤄진 당을 단당류, 두 개는 이당류라고 한다. 설탕은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다.

언뜻 생각하기에 당 분자가 여럿 연결될수록 더 달 것 같다. 그러나 다당류로 갈수록 단맛은 오히려 줄어든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입안에서 녹을 때 ‘유연하게’ 구조가 변할수록 단맛을 많이 내는 것으로 추측된다. 한 예로 포도당은 물에 녹아 있을 때 탄소 고리가 풀어져 막대 모양이 되기도 하고 가지들이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포도당이 여러 개 붙어 있으면 이런 변화가 덜 일어난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신세대 당은 역시 단당류나 이당류다. 단맛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당류보다 덩치가 작아 다루기가 쉽다. 그 대신 일부 구조를 바꾸면 달지만 살찔 걱정 없는 당으로 변신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 이대실 박사는 “당 분자의 구조를 바꾸면 원소들의 조성이 변하면서 당 분자가 내는 열량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단당류인 과당의 구조를 약간 변형한 사이코오스. 세종대 생명공학과 오덕근 교수는 “사이코오스는 체내에서 지방을 합성하는 단백질(효소)의 활동능력을 떨어뜨린다”며 “단맛은 취하되 지방은 늘리지 않는 일거양득 효과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유 제조공정에서 남아 버리는 성분 중에 인체 내에서 전혀 열량이 발생하지 않는 타가토오스도 연구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이 두 가지 당을 미생물에서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 잘 쓰면 약 된다

헌팅턴병에 걸려 사지가 위축된 생쥐(왼쪽)에게 2% 농도의 식물 당분(트레할로오스)을 투여하자 근육 상태가 호전됐다(가운데). 같은 농도의 포도당을 투여했을 때는 효과가 없었다(오른쪽). 사진제공 네이처 메디신
인체에는 거의 없지만 식물이나 미생물에만 존재하는 당이 의약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도당 두 분자가 결합한 트레할로오스. 식물이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때 단백질 주변을 ‘코팅’해 보호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라이켄 뇌연구소의 연구팀은 2004년 1월 헌팅턴병에 걸린 생쥐에게 트레할로오스를 투여한 실험 결과를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헌팅턴병에 걸리면 온몸의 근육이 마비돼 사지의 운동은 물론 배뇨도 못하게 된다.

헌팅턴병의 한 가지 원인은 체내 근육 단백질 일부에서 글루타민이라는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 단위)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반복된 것. 연구팀은 2% 농도의 트레할로오스를 생쥐에 투여하자 글루타민끼리 잘 결합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같은 농도의 포도당을 투여했을 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캐나다 다트머스히치콕 메디컬센터의 연구팀은 지난달 22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표면에 당 사슬을 붙인 항체를 미생물에서 대량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항체 표면의 사슬 구조를 변형시키자 암세포와 결합하는 능력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통 항체는 암세포를 비롯한 체내 유해물질(항원)을 공격하기 위해 일단 표면의 당 사슬을 이용해 상대를 인지한 후 결합한다.

만일 열량도 없고 단맛을 극대화시킨 당 사슬을 만들어 항체 표면에 붙인다면 어떨까. 설탕처럼 단맛을 내는 ‘달콤한 치료제’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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