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국병의원 감기환자 처방실태 공개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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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국 병의원의 감기(급성상기도감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 실태를 9일 공개했다.

공개된 병의원은 2002∼2004년 500여 개와 2005년 3분기(7∼9월) 1만2200여 개 등 총 1만2700여 개에 이른다.

이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감기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의료기관의 명단과 처방률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복지부는 아울러 앞으로 항생제 처방률을 분기마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환자의 알 권리와 진료선택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환영한 반면 의료계는 “항생제 사용량만 갖고 병원이 평가받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종합전문병원 항생제 처방 적어=지난해 3분기 항생제 처방 실태에 따르면 동네의원의 처방률이 61.79%로 가장 높았고 병원(52.21%) 종합병원(48.15%) 종합전문병원(45.01%) 순이었다.

종합전문병원 중에는 서울아산병원(18.55%)과 서울대병원(21.38%)의 처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부속 춘천성심병원(79.92%)과 원광대부속병원(79.75%) 등은 항생제 처방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병원 중에는 경기 한성병원(4.81%), 서울 우리들병원(9.38%) 등은 낮았으며 강원 철원길병원(81.94%), 서울 제성병원(81.66%) 등은 높은 수준이었다.

병의원 단위에서는 처방률이 높은 병원과 낮은 병원의 편차가 매우 컸다. 대전 국군대전병원은 0.70%, 울산 보람병원은 2.69%인 반면 서울 한마음병원은 90.85%, 경기 나리병원은 90.37% 등이었다.

▽의료기관 불만 팽배=병의원들은 항생제 처방률이 높건 낮건 이번 공개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항생제 처방률이 높게 나타난 경기 A의원의 원장은 “이곳은 공단 지역이어서 감기뿐 아니라 감기합병증인 기관지염과 폐렴이 같이 있는 환자가 많다”며 “이런 경우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과에서 항생제 사용이 0%로 나타난 서울 도봉구의 한 의원은 “우리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주사제도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주위에 대형 병원이 많아 폐렴환자와 같은 중환자가 큰 병원으로 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의원 관계자도 “우리는 암 클리닉이어서 감기 환자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관계자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백혈병 환자 등이 압도적으로 많아 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항생제 처방률 낮아질 듯=외국도 대부분 항생제 처방 실태를 공개한다. 미국은 항생제 처방률이 1999년 기준으로 43%, 네덜란드는 2000년 기준으로 16%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는 것은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의 경우 세균성 질환에 듣는 항생제가 듣지 않기 때문.

참여연대는 이날 “이번 항생제 처방률에 대한 공개는 환자들의 병의원 선택권을 보장해 항생제 처방률 감소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사제나 제왕절개 비율 등 다른 의료 정보도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정보를 의료 기관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앞으로도 더욱 많은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개 대상 의료기관의 명단과 항생제 처방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를 참고하면 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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