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항생제 과다 처방 병원 명단 공개

  • 입력 2006년 2월 9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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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국 병의원의 감기(급성상기도감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실태를 9일 공개했다.

공개된 병의원은 2002년~2004년 500여개와 2005년 3분기 1만2200여개 등 총 1만2700여개에 이른다.

이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감기 항생제 처방률 상 하위 의료기관의 명단과 처방률을 공개하라고 판결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복지부는 아울려 앞으로 항생제 처방률을 매 분기마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환자의 알 권리와 진료선택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환영한 반면 의료계는 "항생제 사용량만 갖고 병원이 평가받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동네의원 항생제 처방 많아=지난해 3분기 항생제 처방실태에 따르면 동네의원의 처방률이 61.79%로 가장 높았고 병원(52.21%) 종합병원(48.15%) 종합전문병원(45.01%) 순이었다.

종합전문병원 중에는 서울아산병원(18.55%)과 서울대병원(21.38%)의 처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부속 춘천성심병원(79.92%)과 원광대 부속병원(79.75%) 등은 항생제 처방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병원 중에는 경기 한성병원(4.81%) 서울 우리들병원(9.38%) 등은 낮았으며, 강원 철원길병원(81.94%) 서울 제성병원(81.66%) 등은 높은 수준이었다.

병의원 단위에서는 처방률이 높은 병원과 낮은 병원의 편차가 매우 컸다. 대전 국군대전병원은 0.70%, 울산 보람병원은 2.69%인 반면 서울 한마음병원은 90.85%, 경기 나리병원은 90.37% 등이었다.

부산 동성의원과 전남 후생의원 등은 항생제를 단 한건도 처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불만 팽배=병의원들은 항생제 처방률이 높건 낮건 이번 공개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항생제 처방율이 높게 나타난 경기도 A의원의 원장은 "이곳은 공단지역이어서 단순감기 환자라도 기관지염과 폐렴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과에서 항생제 사용이 0%로 나타난 서울 도봉구의 한 의원은 "우리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주사제도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주위에 대형병원이 많아 폐렴환자와 같은 중환자가 큰 병원으로 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의원 관계자도 "우리는 암 클리닉이어서 감기 환자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관계자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백혈병과 혈액종양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병의원에서는 환자의 병명을 감기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신고해 항생제 처방률 통계 자체의 신빙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항생제 처방 낮아질 듯=외국도 대부분 항생제 정보를 공개한다. 미국은 1999년 기준으로 43%, 네덜란드는 2000년 16%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는 것은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의 경우 세균성 질환에 듣는 항생제가 듣지 않기 때문.

참여연대는 이날 "이번 항생제 처방률에 대한 공개는 환자들의 병의원 선택권을 보장해 항생제 처방률 감소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사제나 제왕절개 비율 등 다른 의료정보도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정보를 의료기관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앞으로도 더욱 많은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며 "의료계도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개대상 의료기관의 자세한 명단과 항생제 처방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를 참고하면 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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