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가 戰後세대 新매파]<中>파벌보다 실력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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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9시 일본 국회의사당 근처 호텔의 양식당 별실. 자민당의 30, 40대 의원 17명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후임을 뽑는 9월의 총재 선거에 앞서 소장파들의 요구 사항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비공개 회합이었지만 주최 측의 양해를 얻어 약 1시간 반 동안 회의를 지켜봤다.

“총재 선거는 자민당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지역을 돌면서 예비선거를 벌이면 세대교체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마쓰나미 겐타·松浪健太 중의원 의원·34·재선)

“우리 뜻을 밀어붙이다 보면 파벌들의 견제가 심할 것이다. 결속을 지켜 압력과 회유에 넘어가지 말자.”(히라이 다쿠야·平井たくや 중의원 의원·47·3선)

이들은 당내 기반이 약한 소장파도 총재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출마 요건을 완화하고 미국식 예비선거를 도입할 것을 당 집행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일본 정치를 개혁하려면 파벌 간 대리전처럼 돼 있는 총리의 선출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총리의 꿈을 키우는 소장파=소장파 중에는 고노 다로(河野太郞·43) 중의원 의원이 “선배들과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며 올 초 출마 선언을 했다. 고참 의원들은 ‘당돌한 행동’이라며 못마땅한 기색이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라도 차차기를 노리는 소장파는 의외로 많다.

소장파 중 총리 자리에 가장 근접한 멤버로는 고이즈미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과 국토교통상 등을 지내며 정치적 위상을 높인 49세 동갑내기 3인이 꼽힌다.

재임 중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중의원 7선) 전 방위청 장관과 육상자위대 간부 출신인 나카타니 겐(中谷元·중의원 6선) 전 방위청 장관, 극우파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장남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중의원 6선) 전 국토교통상이 그들이다. 모두 신매파로 분류된다.

소장파에게 ‘신국방족’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시바, 나카타니 전 장관이 동료, 후배 의원들과 함께 자위대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정계 소식통은 “자민당이 계속 집권하는 한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이 앞으로 10년 이상 총리와 핵심 각료를 번갈아가며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파 아베’의 응원군=주목되는 것은 보수 강경파로 ‘포스트 고이즈미’의 유력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晋三·52) 관방장관이 회원이 아니면서도 이 모임의 총리감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자민당의 대북한 경제제재 시뮬레이션팀의 멤버로 참가해 대북 강경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코드’가 맞는 아베 장관과 수시로 교감을 나누고 있다.

모임 관계자는 “나이 차가 별로 없는 데다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도 비슷해 포함시킨 것”이라며 “아베 장관을 지지하는 회원은 전체의 절반가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계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의 세대교체론이 ‘젊음’을 강조하는 아베 캠프의 선거 구호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선거가 임박하면 상당수가 아베 장관의 전위대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아베 대망론’이 확산되면서 아베 장관을 총리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장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를 배출한 당내 최대 파벌인 모리파의 경우 보스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특정인 지지 발언을 하면 파벌에서 쫓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공공연하게 보스의 발언을 비판하며 ‘아베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정치부의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기자는 “예전의 자민당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누가 집권하든 다음 정권에서 소장파의 발언권이 훨씬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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