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외치던 여대생, FTA 협상가로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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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전두환(全斗煥) 정권의 퇴진을 외치던 운동권 여대생 출신 공무원이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선다.

15일부터 외교통상부 FTA 담당 심의관(국장급)으로 자리를 옮기는 정보통신부 남영숙(南英淑·사진·45) 정보통신협력국 지역협력과장이 그 주인공.

미 스탠퍼드대 국제개발학 박사를 취득한 뒤 10년 넘게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한 남 과장은 지난해 1월 개방직 공채를 통해 정통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외교부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남 과장은 대학 재학(고려대 경제학과 80학번) 시절 학업보다 반미 반독재 투쟁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졸업반이던 1983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개월 동안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명색이 운동권 출신인데 진보 계열 인사들이 반대하는 FTA 담당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FTA 협상도 결국 잘 살아보자는 노력인 만큼 1980년대의 치열함을 잃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남 과장은 민정당 국회의원(4선)을 지낸 남재희(南載熙) 전 노동부 장관의 딸이며 1970, 80년대 재야인사로 이름을 떨친 예춘호(芮春浩) 전 한국사회과학연구소 공동이사장의 며느리이기도 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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