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불우이웃돕기-장학사업 쓰일듯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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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이건희(李健熙) 회장 일가의 사재(私財) 등 8000억 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데 따라 누가 어떻게 그 돈을 쓰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7일 회견에서 헌납금 사용처에 대해 “삼성의 손에서 완전히 떠났다”며 “국가와 사회가 의논해서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돈의 사용 주체와 용도를 결정하는 작업에 삼성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8000억 원 누가 어디에 쓸까

삼성은 각종 사회단체, 공익재단, 사단법인, 장학재단 등이 헌납금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 구조본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에 여러 사회단체가 조만간 사업계획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이 이들의 계획과 사업 능력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정부가 지원 단체 선발과 지원금액 결정 등을 맡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재단이 필요하면 재단을 만드는 작업까지 정부가 조율해 주면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이런 문제를 정부와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헌납금 사용의 조정 주체로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거론하기도 한다.

헌납금은 전액 소외계층과 불우이웃 돕기, 장학사업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 구조본 측은 “그동안 삼성의 사회 공헌 활동은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번 헌납금도 출연의 목적을 감안할 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장학재단’은 해체될 듯

4500억 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재단은 2002년 9월 설립돼 이공계 우수 학생의 해외 유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삼성 관계자는 “사회가 헌납금의 용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장학재단을 해체해 내놓는 게 좋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재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해체를 결정하는 주체인 장학재단 이사회는 창립자인 이 회장의 뜻을 존중할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재단이 해체되면 기금은 자동적으로 사회에 헌납되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다른 형태의 재단으로 운영되거나 사회복지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삼성 측은 재단이 해체되더라도 재단의 지원을 받아 유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계열사 분담을 통해 계속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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