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막작으로는 자폐증을 앓는 여자와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남자의 우정을 담은 시고니 위버 주연의 ‘스노 케이크’가 상영된다. 폐막작은 폭력 미학의 거장인 미국 샘 페킨파 감독의 1972년 작인 ‘관계의 종말’ 특별판. 이 영화는 서부 역사상 유명한 무법자였던 빌리와 그를 사살한 보안관 팻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번 특별판은 디지털로 복원된 새 버전이다.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두고 다툴 19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에는 ‘소립자’ ‘레퀴엠’ ‘자유의지’ ‘나의 스타가 돼 주세요’ 등 독일영화가 무려 4편이나 들었다. 거장 감독의 신작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대목도 눈에 띈다. ‘플레이어’ ‘숏컷’을 연출한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로버트 알트만은 ‘프레리 홈 컴패니온’으로, ‘인 디스 월드’로 2003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구안타나모로 가는 길’로, 프랑스의 클로드 샤브롤 감독은 ‘힘의 코미디’로 이름을 올렸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미국 시드니 루멧 감독 역시 마피아 관련 재판을 소재로 한 ‘파인드 미 길티’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아시아 영화도 이란 영화 2편을 포함한 총 4편이 경쟁 부문에 올랐다. 한국 여배우 강혜정이 출연해 국내에도 알려진 태국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보이지 않는 물결’과 팡호청 감독의 중국 영화 ‘이사벨라’,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오프사이드’와 라피 피츠 감독의 ‘겨울이다’가 후보작들이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는 19일 폐막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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