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며 리모컨 ‘꾹~꾹’ … ‘엄지 쇼핑’ 1분만에 끝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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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좋아졌다”며 T커머스로 물건을 주문하는 최만순(왼쪽) 유인호 씨 부부. 두 사람은 “T커머스가 휴대전화와 사용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세상 좋아졌다”며 T커머스로 물건을 주문하는 최만순(왼쪽) 유인호 씨 부부. 두 사람은 “T커머스가 휴대전화와 사용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우리는 TV로 쇼핑해요.” 경기 군포시 산본동 유인호(64) 최만순(60) 씨 부부. 최근 디지털 케이블 방송에 가입한 두 사람은 TV 리모컨으로 쇼핑하는 재미에 빠졌다. 예전에는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제품을 주문했다. 이제 유씨 부부는 TV 리모컨을 조작해 물건을 산다. ID와 비밀번호 신용카드번호 입력 등 쇼핑하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유 씨는 “처음엔 생소했는데 이제는 휴대전화처럼 익숙하다”고 말했다.》

○T커머스는 차세대 성장산업

유 씨 부부가 TV 리모컨 조작으로 쇼핑할 수 있는 것은 ‘T커머스’ 기술 덕분이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Television)과 상거래(Commerce)의 합성어. 디지털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TV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면 리모컨을 이용해 직접 주문하고 결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홈쇼핑업체들은 T커머스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해 국내 T커머스 사용 인구가 91만 명, 내년 217만 명, 2010년에는 728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규모도 올해 2269억 원에서 2010년 1조6891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GS홈쇼핑과 CJ홈쇼핑은 작년 12월부터, 현대홈쇼핑은 지난달부터 T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 하나로텔레콤 아이디지털 KTH TV벼룩시장 화성산업 등 7개사도 연내에 T커머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선발 3개업체에 올해 7곳 진출

유 씨는 “T커머스에 익숙해지기까지 공부를 많이 했다”며 TV로 등산화를 구입하는 과정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먼저 GS홈쇼핑 방송 화면 상단에 있는 ‘GST숍’ 표시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엄지손가락으로 리모컨의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방송상품 가이드’ ‘쇼핑기획전’ ‘핫이벤트’ 등의 메뉴가 나타났다.

유 씨는 리모컨을 눌러가면서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던 4만4000원짜리 등산화를 찾았다.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신발의 사이즈 색상 등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쳐 넣었다. 마지막으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OK’ 버튼을 누르자 주문이 이뤄졌다.


○회사별 기술표준 통일해야

GS홈쇼핑 측은 ‘TV 시청자는 컴퓨터를 전혀 모른다’고 가정하고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

자주 이용하는 버튼은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색깔로 구분해 누르기 쉽게 했다. ID와 비밀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네 자리 숫자로 설정하면 된다. 가급적 문자 입력을 피하려는 배려다.

하지만 이름이나 배송지 등 반드시 문자를 입력해야 하는 과정은 유 씨에게 힘든 장벽이었다. 유 씨는 “휴대전화 문자 입력을 해 본 적이 없어 딸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T커머스가 확산되려면 이 밖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는 케이블방송사(SO)는 계열 관계에 있는 홈쇼핑업체의 T커머스 시스템만 지원한다. 예를 들어 CJ홈쇼핑 계열사인 CJ케이블넷 가입자는 GS홈쇼핑의 T커머스(GST숍)를 이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각 사가 선보인 T커머스 기술 표준이 달라 표준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쇼핑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홈쇼핑업체들은 “지금은 시작 단계여서 서비스 안정화에 신경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경쟁사와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T커머스 시장 전망 (자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도20062007200820092010
가입자 수(명)91만217만376만554만728만 명
시장 규모(원)2269억5015억8566억1조2682억1조6891억 원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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