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의 성공이 혼혈인 차별문제 들여다보는 계기 되어야"

  • 입력 2006년 2월 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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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혼혈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죠. 운동선수로 미국에서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계 혼혈인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자 그의 성공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 사는 혼혈인들은 그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미국에 사는 한 혼혈인의 성공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데 대해 상실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또 워드가 한국 사회에서 성장했으면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혼혈인 단체인 국제가족총연합 배기철(裴基喆) 회장은 "워드의 성공담은 혼혈인도 노력하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혼혈인이 겪는 차별과 냉대는 미국 사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혼혈인을 워드와 비교하는 것은 혼혈인에게 상처만 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국혼혈인협회 박근식(朴根植)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혼혈인은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며 "워드가 미국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로 연일 화제가 되는 걸 보면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 기회에 혼혈인에 대한 차별 문제 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혼혈아동 지원단체인 펄벅재단 이지영(李芝英·여) 사회복지사는 "혼혈인도 능력만 뛰어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는 정부가 혼혈인 차별 문제를 개인에게 돌려 대책 마련에 손을 놓게 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대 신광영(申光榮·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계 혼혈인이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높이 평가하고 환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 내부적인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워드의 성공이 혼혈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문제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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