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부가세’ 학부모-학원 화났다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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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습학원 입시학원 등 모든 학원 수강료에 내년부터 10%의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학원과 학부모 모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학원 수강료에 대한 부가세 부과는 결국 수강료 인상이나 마찬가지여서 학부모 부담이 느는 것은 물론 학원계는 수강생이 줄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학원연합회, 대응책 부심=학원비 10% 부가세 부과 검토가 본보에 보도된 6일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서울지역회장단 회의를 소집해 부가세 파장에 대해 논의했다.

▶본보 6일자 A1∼3면 참조

총연합회는 14일 전국시도회장단 회의를 열어 ‘부가세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부유층은 개인 교습이나 고액 과외를 하지만 일반 보습학원은 서민층 자녀가 주로 다니는 곳”이라며 “부가세 부과로 수강료가 10% 인상되면 결국 수강료 부담 때문에 학원에 보내기 힘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원업계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부가세 부과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동네에서 1∼3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보습학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 7만685개의 학원 중 입시·보습학원은 34.8%인 2만4592곳이다.

중학생 내신 학원을 운영하는 안모(서울 성북구) 씨는 “학부모들이 전 과목에 월 20만 원도 비싸다고 하는데 부가세까지 매기면 걱정된다”며 “온라인 교육업체의 공세에 밀려 동네 학원들이 고사 직전에 있는데 이제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보습학원을 운영 중인 이모(44·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는 “소형 학원은 수강생을 유지하기 위해 부가세를 자체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카드 수수료 3.5%를 부담하는데 부가세까지 부담하면 문을 닫고 불법 과외나 공부방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 분석가들은 벌써부터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싼 온라인 교육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본부장은 “일반 학부모는 1만∼2만 원 오르는 것도 부담”이라며 “온라인 학원비는 일반 학원비의 3분의 1밖에 안 돼 회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도 “서민만 피해 본다” 걱정=학부모들은 수강료 부가세 부과가 정부의 양극화 해소 대책과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예비 초등생 딸을 둔 홍모(34·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씨는 “보습학원에 보내려면 월 23만 원이 드는데 만약 부가세가 매겨지면 25만 원이 드는 셈”이라며 “아이가 두 명 이상인 집은 부가세로만 10만 원 이상을 더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초중학생 두 자녀를 둔 김모(41·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현재 작은아이에게 월 70만 원, 큰아이에게 50만 원 등 매달 120만 원을 겨우 대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파출부까지 해가며 학원비를 대는데 부가세가 부과되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증세계획 없다’고 밝힌 지 불과 1, 2주 만에 증세계획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공교육을 부실하게 해놓고 세금을 올려 사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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