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6년 피사의 사탑 복구委 구성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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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2월 8일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유명 미술가의 그림과 조각이 살아 숨쉬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 이곳에 내로라하는 과학자와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였다.

나날이 기울어 가는 8층짜리 탑(塔) 하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 탑의 복구위원회를 결성해 탑의 경사를 0.5도가량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탑은 해마다 남쪽으로 몇 mm씩 기울어 갔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피사의 사탑(斜塔) 이야기다. 이 탑은 중세 도시국가였던 피사가 팔레르모 해전에서 사라센 함대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174년 착공해 1360년 완공된 사탑은 높이 55.8m, 지름 16m 규모로 나선형 계단 294개와 탑 꼭대기에 각기 다른 음을 내는 7개의 종이 있는 문화 유적이다.

사탑은 태생적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3층까지 탑을 쌓았을 때 한쪽 지반이 가라앉는다는 사실이 감지됐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건축은 계속됐다.

사탑은 1990년 기울기가 4.5m를 넘으면서 붕괴 위기를 맞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결국 그해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2400만 달러(약 230억 원)를 들여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강철 케이블로 탑을 고정하고 기울어진 탑의 반대편 흙을 긁어내 탑 기울기를 4.1m로 줄였다.

피사의 사탑이 다시 일반에 개방된 때는 2001년. 하루 관람객을 30명으로 제한하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피사의 사탑이 300년 전과 같은 기울기가 됐으며 앞으로 300년은 끄떡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또다시 사탑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감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근현대 건축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1922년 건립돼 한국 최초의 증권 거래가 이뤄진 서울 중구 명동의 대한증권거래소와 1935년 지어진 중구 초동 스카라극장 건물은 지난해 철거됐다. 오래된 건축물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매매하거나 개보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건물 소유주가 철거해 버린 탓이다.

한국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이 되려면 이탈리아의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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