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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일가 8000억원 사회 헌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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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일가 8000억원 사회 헌납

입력 2006-02-08 03:11수정 2009-09-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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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수뇌부가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사에서 ‘사회공헌 확대’ 발표에 앞서 사과의 뜻으로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사장,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상대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이종왕 법무실장. 안철민 기자

《삼성이 ‘반(反)삼성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7일 삼성의 발표는 주식 변칙증여와 관련한 시민단체의 요구와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대부분 수용한 조치로 평가된다. 변칙증여 등이 ‘반삼성 정서’를 확대시켜 온 주요 원인으로 보고 외부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은 이날 “진일보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편법 증여 논란 일단락될 듯

삼성은 논란이 돼 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배정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이 주식 취득으로 얻은 이익 1300억 원을 모두 헌납하기로 했다.

이재용(李在鎔) 상무는 에버랜드 CB, 삼성전자 CB,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서울통신기술 주식 등의 취득 이익 800억 원을 헌납한다.

이부진(李富眞) 신라호텔 상무와 이서현(李敍顯) 제일모직 상무보도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 취득 이익 500억 원을 함께 헌납한다.

삼성은 취득 이익 산정 기준을 결정할 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문제 제기한 액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른바 ‘편법 증여’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미 장학재단 설립에 1100억 원을 출연한 이재용 상무가 이번에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해 800억 원을 새로 조달해야 돼 경영권 승계에는 다소 부담이 될 전망이다.

○ 투자·채용 규모도 확대

삼성은 올해 지난해보다 5000억 원 늘어난 총 21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 시설투자는 13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억 원이 줄고 기업투자도 4000억 원으로 1000억 원이 감소했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7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9000억 원이 늘었다.

올해 신규 채용도 대졸 신입 7200명, 전문대·고졸 2만1400명, 경력 2600명으로 지난해보다 1500명 늘어난다.

○ 반삼성 분위기 누그러질까

삼성그룹 간부들은 “이번 조치를 삼성의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반삼성 정서 무마용’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통렬한 반성문”이라고까지 했다.

이건희(李健熙) 회장 역시 이날 발표문을 통해 “정치자금과 증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매우 죄송스럽다”며 이례적인 어조로 사과했다.

재계도 삼성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기 위해 적지 않게 고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는 이날 “삼성의 발표는 국민적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매우 의미 있고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삼성이 ‘반삼성 정서’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복잡한 순환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경영하는 문제에 대해 삼성이 적극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않는 한 오너 경영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난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여론 나쁜 소송 취하… 재벌경영 표적 구조본 축소

삼성이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취하하고 구조조정본부를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것은 정부의 재벌정책에 순응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구조본의 핵심 ‘싱크탱크’로 불리는 법무팀을 분리하기로 한 것은 반(反)삼성 기류를 의식한 몸 낮추기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 헌법소원 왜 취하할까

삼성은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외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은 “법률적인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해야지 국민감정만으로 삼성을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며 반삼성 정서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런 ‘법대로’ 방침이 밖으로는 삼성의 자만과 오만으로 비쳐 더욱 강한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건희 회장이 귀국하면서 지적한 ‘비대해진 삼성’과 ‘느슨한 자세’는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 구조본의 한 임원은 “삼성을 겨냥한 반시장적인 법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법원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낮은 자세를 강조한 만큼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회사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면 삼성으로선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91%이고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야 17.72%에 불과하다. 외국인 지분(54.13%)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 구조본 영향력 줄어드나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구조본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구조본이 총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각 그룹은 일제히 구조본 축소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삼성은 오너 경영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구조본 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오히려 구조본 내 법무팀 보강을 위해 판사와 검사 출신을 스카우트하는 등 다른 행보를 걸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구조본을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고 법무팀을 아예 구조본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삼성 구조본의 기능과 위상이 많이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삼성의 지배구조와 그룹운영 형태를 감안할 때 구조본의 ‘파워’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그동안 구조본이 주도했던 계열사 교통정리 작업은 계열사 독립경영의 이름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삼성 이학수 본부장 일문일답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회장 자녀의 에버랜드 등 주식 취득에 따른 이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해 계열사의 에버랜드 지분을 강제 처분하게 한다면 대응 방안이 있나.

“국회에서 입법이 되면 모두 수용하겠다.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이렇다 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경영을 잘하고 주주의 신뢰를 얻는다면 결과적으로 경영권 방어책이 될 것이다.”

―헌납하는 8000억 원은 누가 운영하나.

“국가와 사회가 의논해서 정하게 될 것이다. 삼성의 손에서 완전히 떠났다.”

―이 회장 자녀의 에버랜드 등 계열사 주식 취득에 따른 이익을 모두 헌납하는 것인가.

“시민단체가 고발한 금액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계산했다. 이재용 씨는 보유 중인 상장사 주식을 처분해 800억 원을 조달하고 비상장 주식만 갖고 있는 부진, 서현 씨 등 두 딸은 당장 현금을 동원할 수 없어 이 회장이 대신 부담하기로 했다.”

―구조본에서 분리되는 법무실의 운영 방안은….

“법무실이 구조본 소속이다 보니 그룹 방침을 전파하는 기능을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렇다고 법무실이 로펌 형태로 독립하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의 경영 관련 법률 자문에 충실히 응하고 투명경영을 뒷받침하도록 할 것이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은 어떻게 구성하나.

“삼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저명인사를 생각하고 있다.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해당된다. 분기에 한번쯤 사장단과 모임을 열고 경영에 반영하겠다.”

―오늘 발표는 어떻게 준비했나.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왔다. 이 회장이 국민의 기대와 정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결정했고 구조본에서 검토해 정리했다.”

―이번 발표로 반삼성 정서가 누그러질 것으로 보는가.

“최선을 다해 마련한 방안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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