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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영호]北위폐 정부대응 너무 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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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영호]北위폐 정부대응 너무 안이하다

입력 2006-02-08 03:11수정 2009-10-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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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미국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폐쇄하도록 중국에 요구했다. 지난 20년 이상 BDA는 북한이 마약 밀매, 달러 위조 등 범죄 행위로 번 돈을 세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BDA의 북한 계좌 동결은 그동안 미국이 추진해 온 대북(對北) ‘맞춤형 봉쇄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외환은행을 비롯해 스위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조치에 동조함으로써 북한 계좌 동결 도미노현상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란과 리비아의 경우 경제 제재를 받더라도 석유라는 현물을 국제시장에 내다 팔 수 있지만 북한은 그런 자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조치는 앞으로 북한 내부의 권력 판도, 남북관계, 한미관계, 6자회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 위조는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해치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이 점에서 북한의 달러 위조는 자유무역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런데 한미 양국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위폐 문제 처리 방식과 관련해 서로 다른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한미 간의 외교적 마찰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자유무역과 수출을 통해 국부(國富)를 증진하고 있는 만큼 달러 위조와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한미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계좌 동결 조치 이후 이루어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중국식 개혁, 개방을 위한 시찰이라고 떠들썩했지만 사실 그 목적은 계좌 동결 해제 방안을 중국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번 방중을 통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약점을 노출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통치자금인 달러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미국이 준비 중인 ‘대통령 행정명령’이 시행돼 세계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될 수 없게 되고 대북 금융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김 위원장의 북한 내부 통치 기반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금융 제재 조치가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러한 사태에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대북 금융 제재에 대한 북한 한국 중국 미국의 대응 양식에 따라 향후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 될 것이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사건과 같이 위폐 제조와 관련하여 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경우 계좌 동결 해제와 함께 북한 위폐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고백 외교’를 거부해 대북 금융 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은 빨대를 남한에 꽂아 최대한 버티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군장성급회담, 장관급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남한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최대한 취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이 이 같은 북한의 적극적 대남 접근전략에 고무돼 위폐 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정책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퍼주기’만 한다면 한미관계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나아가 남북한이 공히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민족공조라는 미명 아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동의한다면 한국 내에서 심각한 국론분열이 야기되고 한미관계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조치 이후 국제 정세가 매우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기밀 문건들이 통째로 유출되고 조직 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남으로써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 우선의 원칙에 입각해 이번 파동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외교안보 시스템을 쇄신해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김영호 객원논설위원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youngho@sungsh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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