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경부 국장 ‘보직 해임’이 보여 주는 ‘코드 獨善’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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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어제 ‘보안 허술’을 이유로 윤영선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국장급)을 보직(補職) 해임하는 등 관련 라인을 무더기 징계했다. 증세(增稅)계획을 담은‘중장기 조세개혁방안’ 보고서 내용이 본보 6일자에 특종 보도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작년 말에 냈던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징계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정권 차원의 ‘코드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빌미를 주거나 반대 입장을 취한 데 따른 정치적 문책으로 읽힌다. 특히 윤 부단장 등에 대한 징계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장 증세는 없다”고 밝힌 지 10여 일 만에 대대적 증세를 꾀하는 정권의 속내가 드러난 데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인 셈이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어제 “(징계하라는) 외부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특히 윤 부단장 등 기획단 관계자들은 자료를 유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보 보도 하루 만에, 그것도 1998년 재경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체징계 중 가장 무거운 중(重)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외압(外壓)이 없었다고 믿으라는 것인가. 노 연구위원의 경우도 청와대 쪽의 강한 징계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반면 청와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관련해 3급 비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록 및 대외비인 국정상황실 보고서가 유출·폭로된 지 2주일이 돼 가는데도 “조사 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NSC와 국정상황실 책임자가 문책당한 일도 없다. 이러니 정권 핵심부에 포진한 좌(左)편향 386세력을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인사의 기본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코드’에 맞으면 무슨 일을 해도 괜찮고, 그렇지 않으면 괘씸죄를 걸어 응징하는 정부가 과연 민주적 정부라고 자처할 수 있나. 장차관 등 고위 관료부터 하위 공무원까지 오로지 ‘코드’로 다스리려는 현 정부의 위압적 신(新)권위주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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