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美 팝 아트의 선구자 라우션버그 展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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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션버그의 대표작 ‘캐니언’.
라우션버그의 대표작 ‘캐니언’.
로버트 라우션버그(81)는 자타가 인정하는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아티스트로서 재스퍼 존스와 함께 미국 팝 아트의 선구자다. 국내에도 데이미언 허스트, 안젤름 키퍼 등과 함께 많은 팬을 갖고 있는 그의 전시회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20일 개막돼 4월 2일까지 계속된다.

‘로버트 라우션버그-콤바인전’은 개막 첫날부터 연일 인파가 몰려 제대로 그림을 볼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미술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캐니언(Canyon)’, ‘모노그램(Monogram)’ 등 그의 ‘콤바인’ 시대 대표작 67점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마이애미 아트페어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필자는 평소 흠모하는 작가인 데다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 것 같아 뉴욕에 들러 네 번이나 전시장을 찾았다.

‘콤바인 아트’(또는 콤바인 페인팅)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그가 창안해 낸 새로운 미술 양식으로 이른바 회화와 조각(오브제)이 결합한 미술 형태를 말한다. 박제된 염소와 독수리, 신문, 타이어, 의자, 콜라병 등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자연물 또는 대량 생산된 일상 용품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거친 재료를 사용하지만 라우션버그의 작품은 의외로 깔끔하며 정적이다. 그 이유는 작품 곳곳에 동양적 이미지가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그는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는 대담한 여백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상당수 작품에서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등 오방색이 화면을 덮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골드 스탠더드’(1964년)에서는 일본 신문 등이 인용돼 있으며 일찍이 중국 베이징을 여행한 데서도 그가 동양 문화에 상당히 심취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변변히 내세울 만한 문화가 없는 미국으로서 팝 아트는 아주 큰 무기가 아닐 수 없다. 라우션버그는 오늘날 미국의 팝 아트가 꽃피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5일 미술관 1층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도 밀려든 관중으로 30분 만에 2000여 좌석이 매진됐다. 필자는 3시간 전부터 기다려 운 좋게 입장할 수가 있었다. 오른손과 하반신 마비 증세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입장한 그에게 객석을 메운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술계의 차가운 반응 속에서 ‘콤바인 아트’를 탄생시킨 그의 노력은 50년이 지난 오늘 유감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5월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 이어 9월 프랑스 퐁피두센터(파리),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진다.뉴욕=김명식 동아대 회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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