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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가 戰後세대 新매파]<上>‘당당한 일본’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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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가 戰後세대 新매파]<上>‘당당한 일본’ 야망

입력 2006-02-08 03:10수정 2009-09-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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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의 30, 40대 소장파 의원들이 일본 정치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후세대인 이들은 한국과의 교류에 관심이 많지만 ‘당당한 일본’ ‘힘 있는 일본’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민족주의 색채가 짙다. 일본 정계의 세대교체 열풍이 거세 내년 이후엔 이들의 입김이 대외정책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본 정계의 ‘전후세대 신(新)매파’는 누구이며 한일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한다.》

1월 24일 오후 6시. 일본 도쿄(東京) 도심의 번화가인 긴자(銀座) 교차로 부근에 붉은색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잠시 후 집권 자민당의 소장파 리더인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48·재선) 참의원 의원이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어떤 선배 의원은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이 싫어하니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다른 나라가 시킨다고 중단해서야 말이 되는가.”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그쪽 정부가 반일(反日)교육을 한 탓이다. 일본도 할 말은 해야 아시아 외교가 잘 풀린다.”

추위 속에서 연설을 듣자니 곤혹스러웠다. 그가 동년배 한국 국회의원들과의 교류에 가장 열심이고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각별한 지한파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일본 중의원 본회의의 대정부질문.

야당 의원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따른 아시아 외교의 난맥상을 추궁하자 자민당 의석에서 젊은 의원이 야유했다. “인도 같은 나라는 그때 일본이 전쟁해 준 덕에 독립하지 않았느냐.”

30, 40대 소장파가 일본 정계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국가주의 성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대두는 고이즈미 총리가 2001년 4월 집권 이후 끊임없이 ‘기존 체제 흔들기’를 시도해 파벌 보스급인 고참 정치인들의 힘을 빼버린 덕에 가능했다.

소장파 대다수는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전력(戰力) 강화를 앞장서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앞 세대가 팽창주의 노선에 신중한 것과 달리 젊은 세대는 과거사에 대한 부채 의식이 없는 탓에 일본의 강대국화에 관심이 많다”며 “전후세대 신(新)매파의 세 확장은 일본의 우경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략적 현실파’ 자처=당사자들은 매파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야마모토 의원은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쳤을 뿐, 극우나 매파는 아니다”며 “‘현실적 전략파’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비판적인 고노 다로(河野太郞·43·4선) 중의원 의원도 개헌 요구를 매파 논리와 동일시하는 건 편견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50여 년 전 헌법을 만들 때와 지금 상황이 다른데 한 줄도 고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호헌파야말로 보수적인 것 아니냐”며 “자위대의 존재를 포함해 헌법 조문과 현실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장파 의원 21명이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결성한 ‘차세대 총리를 만드는 모임’의 경우 전원이 개헌 찬성론자다. 이들은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늘리고 동아시아 안전보장에서 일본이 국익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신(新)국방족’ ‘일본판 네오콘’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장파가 일본의 위상 강화를 꿈꾸면서 나름대로 ‘자주’를 지향한다는 점은 이들이 결성한 의원 단체에서도 나타난다. ‘유엔개혁의원연맹’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결집체라면 ‘일미(日美)지위협정 개정연구회’는 “미국에도 할 말은 한다”는 젊은 층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신사참배 외국눈치 왜 보나”
자민당의 소장파 의원 단체인 ‘차세대 총리를 만드는 모임’이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 개최한 가두연설회. 고노 다로 의원과 함께 연사로 나선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마이크 잡은 이)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대한 한국 중국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신매파, 그들은 누구인가=자민당의 중의원 의원 295명 중 30, 40대는 95명. 관록과 경험이 중시되는 일본 정계 풍토에서 40대 이하가 집권당 의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전후세대로 고도 성장기에 자라며 근대적인 교육을 받았고 △해외 유학을 다녀와 국제정세에 밝으며 △의원이 된 뒤에도 전공 분야를 공부해 관료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전문성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의원은 “공부를 게을리 하고 선배들의 요정 술자리나 기웃댄다는 소문이 들리면 ‘왕따’당하기 십상”이라며 “참의원 초선 의원 중 그런 사례가 있다”고 귀띔했다.

▽왜 매파가 됐나=관료 출신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45·4선) 중의원 의원은 “소장파의 우경화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아온 소장파에 위기감을 안겨주면서 국가 안보를 중요한 과제로 부상시켰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미사일방어(MD) 체제 도입에 젊은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 도쿄대 교수는 이들의 국가주의 성향이 일본의 지위 변화와 한국, 중국의 발전상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앞 세대 정치인들은 적어도 과거사에 대해선 일본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거기엔 국력이 크게 뒤떨어진 인접국들을 얕잡아 보는 정서가 깔려 있었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한국, 중국을 깔보지 않는 것은 물론 일본에 도전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이들이 역사를 애써 외면하고 매파가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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