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일문일답

  • 입력 2006년 2월 7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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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일련의 '반(反) 삼성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대상 소송을 취하하고 불리한 법안도 입법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가 그동안 삼성에 대해 요구해온 사항들을 가능한 한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였으나 '노조 불인정' 방침의 재고에 대해서는 끝내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이학수 본부장이 7일 기자간담회에서 행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요지다.

-삼성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는데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적용해 에버랜드를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해 계열사 지분을 강제처분토록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금산법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입법이 되면 수용할 것이다. 지배구조 문제는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대처하겠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취하하고 금산법 개정도 수용한다고 했는데 그에 따른 경영권 방어 대책은 있나.

"경영권 수호에 대해 강구했으나 똑떨어진 방안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경영을 잘하고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최선의 경영권 방어책으로 생각한다. 경영권에 위협을 초래할 불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연구하겠다."

-8000억 원의 헌납기금 운영 주체와 금액 산정 기준은….

"운영주체는 삼성이 지정하는 것은 아니며 국가와 사회에 조건 없이 내놓는다. 국가든 사회든 누군가가 의논하고 정해서 운영하면 우리 손을 완전히 떠난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 발표 이후 하면 정부나 사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이 회장 일가의 출연액 1300억원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변칙증여'라고 주장하면서 고발된 금액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산정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보유중인 상장주식 등 처분해 출연액을 조달할 것이며 두 딸은 당장 현금을 동원할 사정이 아닌점을 감안해 이 회장이 출연액을 대신 부담한다."

-법무실 분리 운영 구체적 방안은.

"법무실이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있으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변호사는 1000명이 넘는다. 우리도 국제비즈니스에 많은 변호사 인력이 소요되지만 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십수명에 불과하다. 분리운영은 다른 뜻이 아니라 법무실이 계열사들의 경영에 관련된 법률자문을 착실히 하고 윤리경영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무실은 그룹 소속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 사장단 산하에서 계열사 지원에 전념할 것이다."

(이종왕 법무실장 보충설명) "법무실이 별도의 로펌으로 독립하는 것은 아니다. 분리경영 취지는 삼성경영 원칙의 제1항인 '법과 윤리 준수'를 뒷받침하는 데 있다. 법무실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각 계열사 독립경영, 법률경영을 위해 자문 역할을 하는 데 기본목표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구조본 소속이어서 세간에서 법무실이 그룹의 방침을 전파하는 기능을 하지 않느냐는 오해가 있었다. 앞으로 구조본에서 분리해서 독립운영함으로써 윤리경영의 파수꾼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며 법무실 자체적으로 계열사 자문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의 윤곽은….

"내부적으로는 모임에 모셨으면 하고 생각하는 분들 있으나 이 분들이 응해 줄지는 모르겠다. 원칙적으로 대기업,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 가지신 분으로서 사회에서 누구라고 하면 충분히 인정할만한 분들을 생각하고 있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해당될 수 있다. 그런 분들을 분기에 한번쯤 사장단과 모임을 개최해 쓴 소리 듣고 경영의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하겠다."

-귀국한 이 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경영현안을 챙기나.

"국내건 해외건 장소에 따라 이 회장이 경영을 더 챙기고 덜 챙기는 것은 없다. 이 회장은 종전에도 회사에 자주 출근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회사업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해외에 체류 중일 때도 유선이나 면담보고를 받고 지침을 내려 왔으며 앞으로도 해온 대로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귀국 시 이 회장이 '세계시장에서 1등, 비즈니스에만 열중한 나머지 국민정서에 둔감했다'는 발언을 한 만큼 그런 부분에 큰 관심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회장이 전경련이나 재계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음양으로 많이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 주간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늘 발표 이뤄지기까지 과정은….

"수주 전부터 준비해 왔다. 이 회장의 결심을 놓고 경영진이 몇 달 동안 검토하고 제가 외국에 갔다 왔다 하면서 의견 내고 회장께서도 의견을 줘서 방안을 마련했다. 이 회장이 귀국했고 국민께 사과도 드렸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그룹 차원의 대책을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번 발표로 반(反)삼성 분위기 누그러지겠나.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해 고심해 마련한 방안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모르겠다. 언론의 협조를 바란다."

-삼성에 대한 비판론의 근거 가운데 하나인 '노조 불인정' 방침에 대해서는 재고 여지가 없나.

"앞으로 노사 안정과 노사 관련된 문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 다할 것이다."

<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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