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 회장 일가 8000억원 조건없이 사회 환원

  • 입력 2006년 2월 7일 14시 59분


코멘트
7일 오전 서울 삼성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 참석한 삼성그룹 이학수구조조정본부장과 사장단들이 차익환원과 장학사업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7일 오전 서울 삼성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 참석한 삼성그룹 이학수구조조정본부장과 사장단들이 차익환원과 장학사업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사재(私財) 8000억 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도 취하하기로 했다.

법무실을 구조조정본부에서 분리 운영해 계열사의 법률자문과 윤리경영을 뒷받침하고 구조본을 축소 운영하는 등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은 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삼성은 이 발표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에 따른 물의에 대해 사과했다.

8000억 원의 헌납과 관련, 삼성은 2002년 설립한 4500억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과 이 회장 자녀 재산 3500억원을 추가로 조건 없이 사회 헌납하기로 했다.

이는 이 회장 자녀와 관련해 편법 증여 논란이 생겼던 주식의 차액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

헌납하는 이 회장 자녀 재산은 이재용 상무가 800억원, 이부진, 서현 상무가 합쳐 500억원, 고(故) 윤형양의 재산 2200억원 등 총 3500억원이다.

이재용 상무는 상장 주식을 처분해 재원 마련하고,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부진씨와 서현씨는 일단 이회장이 대납하기로 했다.

8000억 원의 운영은 삼성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며 국가와 사회에 조건없이 내놓은 것을 구가든 사회든 누군가 논의한 뒤 결정하기를 희망했으며, 삼성은 이 논의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계열사를 중심으로 탁아소 설립, 농촌 돕기, 불우 청소년 지원 등을 위해 연간 2000억 원을 지원해 양극화 해소와 가난의 대물림 방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운영, 삼성 경영에 대해 쓴 소리를 해줄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등 사회 각계 저명인사를 초빙해 사장단에 수시로 조언과 자문을 하는 등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또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구조본은 연초 인사를 통해 인력을 150명에서 98명을 줄이고, 법무실을 구조본에서 떼어내 계열사의 투명경영을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계열사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수를 과반수 이상으로 늘리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사외이사에게 신속한 정보제공을 위해 별도의 보좌기구 설치해 경영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날 발표된 내용과는 별도로 중소기업과 협력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21조3000억 원을 신규 투자하고 2만 명 이상을 새로 고용해 실업난과 사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며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100억 달러 늘어난 7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경영목표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들이 지적해 왔던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와 같은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처럼 각종 현안에 대해 정부 및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압박 및 견제 움직임과 여론이 우호적으로 반전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