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찬사도 비판도 이른 ‘비’의 美 공연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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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현지 시간) 한국 가수 비가 자신의 히트곡 ‘이츠 레이닝’을 열창했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미국 팝계에서도 엘튼 존, 빌리 조엘 등 스타만이 오를 수 있는 ‘명예의 공연장’으로 통한다. 그런 무대에서 아시아 출신 가수론 처음으로 비가 단독 공연을 열었다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화젯거리였다. 지난달 29일자 뉴욕타임스가 두 면에 걸쳐 그를 소개한 것도 한 가지 사례다.

그러나 정작 공연이 끝나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비는 마이클 잭슨 같은 카리스마도, 어셔 같은 성적 매력도, 5인조 남성 그룹 ‘엔 싱크’ 멤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빠른 팝 음악도 갖고 있지 않다”며 비판적인 리뷰를 실었다.

상황이 바뀌자 “비가 뉴욕을 적셨다”며 환호 일색이던 일부 가요 팬도 “관객의 90%가 아시아인이었다” “아직 미국 시장의 벽은 높다”며 성급한 기대를 거둬들였다.

2002년 데뷔해 역동적인 춤과 근육질 몸매로 2년 만에 국내 가요계 정상을 차지한 비는 지난해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22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쳤다.

데뷔 3년여 만에 한국 시장을 비좁게 여길 만큼 화려한 스타로 성장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지난달 25일 일본에서 데뷔 싱글 앨범을 발표한 ‘신인 가수’다. 더군다나 세계 공연 무대의 메카로 통하는 뉴욕 진출로 치자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내디딘 수준이다. 이런 비에게는 어설픈 ‘극찬’도, 섣부른 ‘비판’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두려운 건 없어요. 넘어져도 다시 박차고 올라갈 기회는 많으니까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을 앞두고 그가 말한 것처럼 넘어지면 어떤가? 그것이 일보 전진을 위한 좋은 약이 될 테니….

미국의 주류 언론이 호평을 하든 혹평을 하든 분명한 것은 그가 미국인의 관심거리가 될 만큼 자신의 존재와 한국 가요를 미국 무대에 ‘노출’했다는 것이다. 스물네 살 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몸으로 부닥쳐 배운 뉴욕 무대를 분석하는 냉정함과 다음을 위한 준비다. 팬들 역시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줘야 한다. 그것이 비가 그토록 원하는 ‘빌보드 차트 입성’의 지름길일 것이다.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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