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성희]‘키즈 디바이드’, 당신의 선택은?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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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를 뜨겁게 달구었던 1, 2인 가구에 대한 근로소득 추가공제 폐지 방침은 여론의 반발에 밀려 물밑으로 잠복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게 부담스럽던 여당이 슬그머니 발을 뺐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면 정부는 다시 이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추가공제 폐지 방침은 무엇보다 독신자와 무자녀 맞벌이 부부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불렀다. 독신자들은 “누가 혼자 살고 싶어 혼자 사느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맞벌이 부부들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한다며 일하는 엄마들을 죽일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금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합계출산율 1.16(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으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그림자가 이미 발등의 불이 된 시점에 저출산 대책을 위한 재원 마련이 합의 부족으로 실패했다는 것은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논쟁을 통해 주목할 점은 우리 사회도 이제 ‘키즈 디바이드(Kids Divide)’시대에 돌입했다는 사실이다. 키즈 디바이드란 자녀 보육비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를 놓고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현상이다.

실제 캐나다에서는 자녀 보육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첨예한 선거 쟁점이 된 지 오래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투표하는 정당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 이들 국가처럼 이념 갈등, 빈부 격차에 이어 사회를 분열시키는 또 하나의 테마로 아이가 있고 없고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가공제 폐지 방침이 나온 직후 독신자나 맞벌이 부부, 불임 부부의 목소리에 비해 자녀를 여럿 가진 가장이나 전업 주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누가 혼자 살고 싶어 혼자 사느냐고 말하는 모양인데, 그 사람들 평생 혼자 살 거랍니까?” “애들 없는 사람들, 나중에 누구한테 부양받을 건가요? 우리 애들이 내는 세금으로 부양받을 거잖아요.” 대략 이런 불만들이다.

키즈 디바이드는 이제 엄연한 사회 현상이다. 자녀가 있는 세대만큼이나 이른바 ‘싱글’의 사회적 압력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고 인터넷 사용도 능숙한 독신자들은 인터넷을 무대로 자신들의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1인 가구도 가족으로 규정해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그중 하나다.

반면 참여정부는 ‘낳기만 해라. 국가가 키우겠다’며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를 들쳐 업고 ‘아이는 낳았다. 약속을 지켜라’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녀가 있고 없음으로 인한 사회 분열상을 목격하는 마음은 편치 않다. 이제 이 시대를 살아 나가는 사람들은 아이를 안 낳으면 ‘독신세’를 내고,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 부담과 함께 아이에게 ‘노후 비용’이라는 빚더미를 물려주게 생겼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서야말로 낙관론자가 되고 싶다. 양육비 재원을 누가 내느냐의 문제는 시간이 가면서 처지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싱글은 언제까지 싱글일 것인가. 단언컨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 맞벌이를 그만두는 순간에 세금에 대한 당신의 견해도 180도 바뀔 것이다.

정성희 교육생활부장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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