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은행 ‘매각의 진실’ 철저히 밝혀야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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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는 2003년 7월 21일 외환은행이 팩스로 보내온 5쪽짜리 보고서를 근거로 같은 달 25일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의 길을 열어 줬다.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이 보고서는 문서공증번호도 은행장 사인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허술한 절차를 거쳐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외국계 펀드에 넘어갔다. 그 결과는 수조 원의 국부(國富) 유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문서검증반은 이 같은 사실을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에 8일 보고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검찰은 론스타에 대한 자격심사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 원래 론스타는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외환은행 인수자격이 없었다. 다만 은행법은 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거나 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 한해 비금융기관에 인수자격을 주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일 때 지정된다.

외환은행은 2003년 7월 21일 금융감독원에 연말 자기자본비율 예상치를 6.16%로 보고했다. 금감위는 이 보고서를 믿고 론스타에 인수자격을 줬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같은 날 열린 내부 이사회에는 10.0%로 보고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중 보고서를 냈는지 밝혀야 한다.

게다가 외환은행이 매각된 뒤 은행의 전직 고위간부들은 3년의 경영고문 계약을 체결한 뒤 중도에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기간의 막대한 고문료를 모두 받아갔다. 배임혐의가 있다는 게 문서검증반의 주장이다. 금감위의 행태도 석연치 않다. 부실 우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려면 정부의 객관적 실사와 해당 금융회사 경영진의 이의신청 접수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론스타가 올해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인수 2, 3년 만에 3조 원 안팎의 주식매각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놓치고 국민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검찰은 외환은행 부실매각 과정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국부 유출의 책임을 가려야 한다. 차제에 다른 은행과 기업 매각 과정의 문제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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