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끊임없이 ‘조직 리모델링’하는 청와대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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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청와대 직제(職制)를 가장 자주 ‘리모델링’한 정부로 기록될 것 같다. 임기 4년차인 올해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축소하고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을 출범시킨 데 이어 노동비서관실을 노동고용정책비서관실(가칭)로 확대 개편하고 시민사회수석실 인원도 늘릴 것이라고 한다. 민정수석실을 대통령에 대한 법무 보좌기구로 개명(改名) 및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노 정권 들어 법령을 고쳐 청와대 기구를 개편한 것이 5차례, 비서관직을 신설 또는 통폐합하는 부분 개편이 10여 차례 있었다. “하도 개편이 잦다 보니 비서관 직명을 외우기도 힘들다”는 소리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청와대 직제의 잦은 개편은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거나 시행착오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리더십비서관 자리를 신설했다가 6개월 만에 폐지한 것이나 지난해 말 연설기획비서관직을 신설해 대통령 측근인 윤태영 전 부속실장을 임명한 것도 그렇다. 안보 관련 직제는 윤광웅, 권진호, 이종석 씨 등 측근들의 자리 이동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폐지했던 경제수석비서관 자리는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부분 부활’됐다. 상당 부분이 ‘코드’와 ‘아마추어리즘’의 산물이다.

청와대의 빈번한 조직 리모델링은 혈세(血稅) 낭비를 동반한다. 대통령실 예산만 해도 2003년 463억 원에서 올해 614억 원으로 32.6%나 늘었다. 올해 대통령 직속 29개 위원회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242억 원(14%) 증가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새로운 규제(規制)를 만들거나 불요불급한 사업을 벌여 국민에게 더 많은 부담을 안길 우려도 있다.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동비서관을 노동고용정책비서관으로 바꾼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동안은 직명(職名)이 시원찮아 ‘일자리 창출’을 못했던가. 임기 4년차에도 계속되는 청와대의 조직 실험을 지켜보는 국민의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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