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최연소-첫 女임원 오세현 상무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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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시내를 지나는 전차 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소녀가 통로에서 당차게 노래를 부른다. ‘앵벌이 소녀’로 착각했던 승객들은 거리낌 없는 소녀의 노래에 박수로 화답한다. 옆에 있던 소녀의 아버지도 환하게 미소 짓는다.

진취적 교육을 강조하던 아버지 덕에 소녀는 겁이 없었다. 전차 안에서건,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극장 무대에서건 아버지가 시키면 당당하게 노래하고 웅변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이 당찬 소녀가 동부그룹 창사 37년 만에 첫 여성 임원이 됐다. 그것도 그룹 최연소 임원이다.

오세현(43) 상무.

그는 지난달 31일 동부정보기술 컨설팅사업부문장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스카우트 됐다.

오 상무는 동부가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솔루션, 컨설팅, 해외사업 등 정보기술(IT)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까지 보안솔루션업체 ㈜인젠의 부사장으로 일하며 ‘IT 업계의 여성 카리스마’로 통하기도 했다.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그룹 본사 사옥에서 만난 그는 표정과 말투에서 자신감이 배어났다. 먼저 ‘젊은 여성 임원’으로 잘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가 못하면 남들도 쉽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일이 잘 될까’만 생각합니다. 해보기 전에 일을 겁내거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남성 중심 조직, 그것도 보수적 정서가 강한 곳에서 버틸 수 있겠느냐고 받아쳐봤다. 공교롭게도 오 상무의 휘하에는 대학 같은 과 선배 2명이 부장으로 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직원들이 제 마음을 알아주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업무 중심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다보면 자연스레 직책과 나이라는 벽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선의의 배려’를 가장 경계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여성을 배려하기 시작하면 그 여성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오 상무를 영입하면서 “혁신적인 인물로 시스템통합(SI) 분야를 혁신하자”고 말한 이유를 알 만하다.

올해 중점 추진 업무에 대해 그는 “조직이 IT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하는데 당분간 일의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 상무의 후견인은 오빠 오세훈 변호사(전 한나라당 국회의원)다. 두 살 터울인 오 변호사는 그가 재수(再修) 학원을 고를 때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대학 학과까지 골라 줄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했다.

오 상무는 “진취적인 아버지의 교육과 오빠의 따뜻한 보살핌 덕에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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