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놈’들의 결투… 소주업계 ‘저도주(低度酒) 싸움’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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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업계가 알코올 도수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른바 ‘저도주(低度酒) 싸움’이다.

싸움이 치열해지자 가격 인하 경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곳은 두산.

두산주류BG는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소주 ‘처음처럼’을 선보였다. ‘산’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이 회사의 야심작이다. 소주로서는 가장 낮은 알코올 도수인 20도에 알칼리수(水)를 이용해 만든 게 특징이다.

이 회사 한기선 사장은 “소주의 80%는 물이 차지하는데 몸에 좋은 알칼리수를 쓰면 맛이 부드럽고 기름진 산성 안주와도 잘 어울린다”며 “소주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제품”이라고 말했다.

1924년 35도짜리 진로소주가 나온 이래 소주시장은 갈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21도가 대세였다.

20도짜리 소주는 1993년 전북 지역 주류업체인 보배소주(현 하이트주조)가 ‘보배20’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였으나 시장 진입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전 충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선양소주가 20.5도짜리 ‘맑을 린’으로 이 지역 시장점유율을 41%에서 46%로 끌어올린 것이 20도짜리 소주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올해 1월 무학소주가 20.5도짜리 ‘화이트’를 내놨고, 이번에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이 5%대에 불과한 두산에서 20도짜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소주시장 1위인 진로도 수성(守城)을 위해 8일부터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를 20.1도로 낮춘다.

진로의 이규철 홍보부장은 “맵고 짜고 자극적인 것을 피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소주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소주 맛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알코올 도수인 18.5도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주류BG에서 공장 출고가를 800원에서 730원으로 70원이나 내린 것도 변수다. 음식점 판매가격(약 3000원)에는 변동이 없겠지만 슈퍼에서 파는 20도짜리 소주가격(1000∼1100원)은 50원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다른 업체들은 가격 인하로 ‘출혈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소주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측 입장에서도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소주 출고가의 절반이 세금인데 70원 인하는 병당 35원의 세금이 없어지는 셈이다.

두산주류BG의 김일영 마케팅 상무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 가격 인하 전략을 써 온 건 그동안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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