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삼성이 비대해지고 느슨해졌다”… 후속대책 뭘까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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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비대해지고 느슨해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귀국 ‘일성(一聲)’에 삼성 임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국제경쟁이 하도 심해 상품 1등 하는 데만 신경 쓰느라 국내에서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년 중반쯤에라도 (느슨해진 것을) 느껴 다행”이라고도 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 회장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안기부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문제 등으로 확산된 ‘반(反)삼성’ 기류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공화국 논란에 자성”

일각에서는 조만간 대대적인 후속조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삼성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비대해졌다’는 말은 적극적인 인재 영입으로 외연이 확대되면서 ‘삼성 공화국’ 논란이 생긴 데 대한 자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이 커진 자체를 문제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느슨해졌다’는 표현에 대해 “삼성에 불리한 여론이 급속하게 확대됐는데, 그 심각성을 깨닫고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의 섣부른 예측과 달리 즉각 조직을 축소하거나 대규모로 개편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조직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 혁신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삼성 구조본 인사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계열사 사장들이 3년 가까이 재직한 만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내년 초 정기인사 때 대규모 사장단 물갈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젝트 없어

삼성은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삼성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정치자금이나 경영권 승계 등 사업 외적인 잡음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귀국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본인의 ‘책임’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비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은 구조본 홍보팀과 기획팀을 중심으로 언론홍보와 정계 관계 시민단체 관리 등 대외업무를 진행해 왔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반삼성 정서’에 대해 이전보다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이거나 구체적으로 거론된 내용은 아직 없다.

일각에선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확대를 위해 ‘대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놓을 가능성을 점치지만 삼성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구조본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여러 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좀 더 근원적이고 복합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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