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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정진섭 부장검사가 남긴 글 ‘검사의 일생’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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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정진섭 부장검사가 남긴 글 ‘검사의 일생’ 화제

입력 2006-02-06 03:06수정 2009-09-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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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섭(鄭陳燮·50·사법시험 21회) 대전지검 전문부장검사는 7일자로 명예퇴직하기에 앞서 검찰 내부 통신망인 ‘e-프로스’에 ‘검사의 일생’을 글로 남겼다. 25년간 10여 곳의 임지를 돌며 18개의 보직을 거친 그는 자신의 업무 경험을 개인적인 추억과 함께 깨알같이 적어 후배들에게 남겼다. 이런 기록은 검찰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대형 사건 수사로 이름이 높았던 검사는 아니지만 그가 떠나면서 남긴 글은 후배 검사들에게 귀중한 ‘선물’이 되고 있다.》

“대전고검의 특허청 송무 업무는 특허심판 사건에 대한 송무 지휘를 담당하면서 대법원 상고 여부 판단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 직책을 잘 활용하면 검찰과 특허청이 바람직한 협력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입니다.”(지난해 4월 대전지검 지적재산권 전문부장검사 재직 시 업무 기록)

“3개월 동안 수사한 절도 피의자가 유죄라고 판단돼 구속기소했는데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났습니다. 신문에 ‘억울한 옥살이 3개월’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눈물이 핑 돌더군요. 검사 생활 내내 ‘아무리 유죄 심증이 가더라도 더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1981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근무 때 업무 소감)

정 전문부장검사가 ‘e-프로스’에 올린 이 같은 기록은 검찰의 공식 문서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검사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검사들은 정기 인사와 함께 임지를 옮기고 새로운 보직을 맡으면서 이전 근무자에게서 공식적으로 업무를 인수한다. 그러나 새로운 일의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정 부장검사가 남긴 세세한 기록은 후배 검사들이 업무를 익히기 위해 들이는 그러한 시간과 노력을 줄여 준다고 검사들은 말한다.

정 부장검사가 자신의 전문분야인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해 남긴 이야기는 수사기록에도 없는 소중한 기록이다.

“소리바다 사건은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마침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미국 법원의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번복돼 저작권자가 승소했습니다…정보공유기술에 대한 사건은 수사검사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서 증거 수집이나 다각도의 진술 확보, 전문가 증언 청취 등을 한 뒤에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봅니다.”(2000년 1월∼2001년 6월 서울중앙지검 컴퓨터 수사부장을 마친 뒤)

검사들은 누구나 승진과 관련한 개인적인 갈등을 겪는다. 그는 승진에 관한 속내도 진솔하게 밝혔다.

“전문부장으로 발령받은 검사들이 연이어 던지는 사표 속에서 저도 승진하고 싶다는 욕망과 검찰 전문화에 온전히 헌신하겠다는 이성의 갈등이 컸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전문화 쪽으로 내려졌습니다.”

업무 기록 외에 각 임지에서의 개인적인 ‘느낌’ 또한 후배 검사들에게는 소중한 조언이다.

“검사의 업무가 아닌, 입회계장 또는 여직원의 업무도 가끔 손수 해 보세요.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의 애로를 몸소 체험하면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그는 퇴직하면 모교인 경희대 법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칠 계획이다. 그는 조용히 검찰을 떠나지만 검찰 밖에서의 새 삶에 대한 포부도 검사 때와 다름없다.

“25년가량 검찰에만 몸담아 온 관계로 연구와 교육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교육자의 길을 제2의 천직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해 보렵니다…재야 법조인의 한 명으로서 개방화된 법률시장의 새로운 실무 영역을 개척하는 역할도 함께 해 볼 생각입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전문부장검사:

2003년 4월 검찰이 검사 업무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신설한 보직. 형사부나 특수부 공안부 등 특정 부서에 소속되지 않고 검사 개인의 전문성에 따라 업무를 맡는다. 언론계의 대기자나 전문기자 제도와 같이 검찰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을 활용하는 전문 직책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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