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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 논쟁]정부 특별지원책 “실효성 없다”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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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 논쟁]정부 특별지원책 “실효성 없다”비난

입력 2006-02-06 03:06수정 2009-09-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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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5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6일엔 장동건, 7일엔 최민식 씨 등이 릴레이 시위에 나설 예정. 영화인들의 1인 시위는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4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김미옥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식 협상 시작에 앞서 정부는 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의 축소를 결정했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둘러싼 찬반론자들의 쟁점과 논거는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① 한국영화의 힘이 세기 때문에 폐지해도 된다 vs 한국영화의 힘, 아직은 미지수다

축소 찬성론자들은 최근 약진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힘에 주목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59%이며 3년 연속 50%가 넘는 ‘호황’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발표한 지난달 서울 지역 기준 한국영화 점유율(영화사 ‘아이엠픽쳐스’ 집계)은 78.2%를 기록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된 2004년 2월(82.5%)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극장들이 스크린쿼터 때문이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한국영화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는 이미 제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데다 한국영화의 힘을 거론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지금이야 영화계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지만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고 할리우드에 비하면 자본 및 인적 인프라가 허술한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는 ‘심리적 방패막이’ ‘디딤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② 스크린쿼터는 단지 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의 문제이므로 축소되면 안 된다 vs 의무상영 일수가 줄어든다고 유통이 위축된다는 것은 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제작 능력이 아무리 우수해도 정작 유통, 배급망을 외화들이 장악하면 다시 이를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3대 투자·배급사 중에서 이미 미국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영화를 들여오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외화 수입에 손을 대지 않던 쇼박스나 롯데시네마도 외화 수입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시네마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을 갖고 있는 국내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투자 배급하는 한국영화가 유통망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③ 개방하면 한국영화는 다 죽는다 vs 개방하면 오히려 더 살아난다

반대론자들은 영화는 혼이 담긴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이 아닌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어 문화 빗장이 느슨해지면 현재 쿼터가 유지되고 있는 방송(지상파 방송의 경우 전체 방송 시간의 80%를 국내 제작물로 방송해야 함)에도 연달아 충격을 받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 다양성 협약’이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는 주장이다.

찬성론자들은 개방이 오히려 체질 개선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직배의 빗장이 풀린 1988년 이후 한국영화가 다 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한국영화의 전투력이 높아졌으며 2004년 일본영화 완전 개방 이후에도 일본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④ ‘정부 정책 실효성, 없다!’에는 한목소리

문화관광부는 우선 5년간 4000억 원을 특별지원한다면서 2000억 원은 국고, 2000억 원은 극장 입장료 수입에서 5%를 떼는 모금 형식으로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찬반론자 모두 비판적이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문화부는 이번 발표를 하기 전 극장들과 일언반구 상의도 없었다. 과거 극장 입장료 수입의 일부에 부과했던 문예진흥기금도 위헌으로 판결나 없어진 마당에 극장 입장료 수입의 일부를 떼어 가겠다는 발상은 전근대적이며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예술, 독립영화 전용관을 현재 10개에서 100개까지 늘린다는 정부 구상에 대해서도 냉담하다. 한 영화제작자는 “프린트 한 벌 뜨는 데도 200만 원이 드는 상황에서 100곳에 틀려면 최소 2억 원이 있어야 한다”며 “전혀 실효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편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문성근 전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과 영화배우 겸 제작자 명계남 씨의 행보에 대해서 영화인들의 뒷말이 많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처음에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 투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와 관련된 어떤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아 기대를 완전히 버렸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감안해 나서지 않는 것이겠지만 동료 영화인 입장에서는 배신감과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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