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한국의 디자인스쿨]‘홍익대 파워’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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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가 SK텔레콤과 산학 협력 과정을 통해 자체 디자인으로 개발한 팬택 PT-S170(왼쪽)과 LG전자 SD910. 팬택 제품은 지난해 말 상용화됐다. LG전자 제품은 3월 초 출시 예정. 사진 제공 SK텔레콤
홍익대가 SK텔레콤과 산학 협력 과정을 통해 자체 디자인으로 개발한 팬택 PT-S170(왼쪽)과 LG전자 SD910. 팬택 제품은 지난해 말 상용화됐다. LG전자 제품은 3월 초 출시 예정. 사진 제공 SK텔레콤
“홍익대의 디자인 파워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에서 나옵니다. 디자인 실기를 기업과의 제휴 아래 진행함으로써 현장을 익히고 그에 걸맞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인치호 교수는 이 학교 출신 디자이너들이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세계적인 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모토로라 GM 닛산 혼다 마텔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의 본사와 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홍익대 출신 디자이너는 50여 명. 글로벌 기업에서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 출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한 실무 위주의 교육 덕분이다.

○ 휴대전화 디자인 잇따라 개발

홍익대는 2002년 디자인 부문 산학 협력 센터인 메타미디어디자인센터(MMDC)를 설립해 매년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5∼6년 전부터 전공 실기 과목인 ‘디자인스튜디오’를 대기업과의 협력 아래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을 배우는 ‘운송 디자인스튜디오’는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이들 자동차 메이커는 학생들에게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구하는 대신 한 학기에 5000만∼7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2007년에는 혼다도 ‘운송 디자인스튜디오’ 과목에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제품과 생활용품을 디자인하는 ‘제품 디자인스튜디오’에서도 산학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에는 SK텔레콤 등에서 약 2억 원을 지원받아 휴대전화 디자인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2005년에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모두 4개의 휴대전화 모델을 개발했는데, 그중 하나가 지난해 11월 팬택 PT-S170으로 출시됐다. 3월 초에는 LG전자에서 SD910이 나올 예정.

이 과목은 또 ‘바비 인형’ 제작사인 미국의 마텔사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마텔은 세계에서 5개의 디자인 스쿨을 선정해 차세대 바비 인형 디자인과 관련된 과제를 줬는데 아시아에서는 홍익대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 과목에 참여한 학생들 중 세 팀은 마텔 본사를 방문해 최고 경영진 앞에서 자신들이 디자인한 모델을 발표했으며 인턴십도 제안받았다.

홍익대는 2005년 10월 G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EDS가 공동으로 세계 30여 대학에 자동차 디자인과 개발을 위한 컴퓨터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페이스(PACE) 프로그램에 선정돼 2300억 원을 지원받는다. 국내 대학으로서는 처음이다.

○ 글로벌기업서 직접 방문해 채용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지난 해 마텔사에 제안한 차세대 바비 인형 디자인. 사진 제공 홍익대

홍익대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 본사의 인사 담당자가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지난해 말 이 학과의 과제 발표회 일정에 맞춰 채용 담당 임원 2명을 파견했다. 나이키는 졸업생과 재학생 등 10명을 면접했는데 이 중 2, 3명을 본사와 아시아지역본부의 디자이너로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 교수는 “학생의 30∼40%가 기업체 인턴십을 경험하며 대부분의 학생이 산학 협력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며 “홍익대 출신 디자이너들은 채용과 동시에 실무 투입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출신으로 대표적인 사람은 영국 디자인컨설팅 회사인 탠저린의 이돈태 사장, 박종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장(전 현대차 디자인연구소 부사장), 김철호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장, 심재진 LG전자 디자인연구소 상무, 구민철 푸조자동차 본사 시니어 디자이너 등이 꼽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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