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종사자 글쓰기 열풍]칼럼-블로그통해 자기표현 늘어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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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널리 읽힐 수 있는 글을 써라.’ 요즘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한 서가에 글쓰기 기법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원대연 기자
‘쉽고 널리 읽힐 수 있는 글을 써라.’ 요즘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한 서가에 글쓰기 기법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원대연 기자
《“위 조항에 ‘해당된다’가 아니라 ‘해당한다’로 쓰는 게 맞습니다.” 이재성(李宰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의 지적에 말끔한 정장 차림의 학생들이 고개를 연방 끄덕였다. 이들은 의결서를 직접 작성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60여 명.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글쓰기 전략’ 강좌에 참가한 이들은 이 교수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이른바’, ‘가령’처럼 관습적으로 쓰는 단어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요?” “칼럼을 어떻게 시작해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요?” 2시간 남짓한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이어졌다. 공정위 심결지원팀 유중곤(劉仲坤·49) 사무관은 “법률 용어를 많이 쓰니 의결서가 일반인에게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면서 “의결서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직도 글을 잘 써야 뜬다(?)=최근 변호사, 의사, 고위 공직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글쓰기’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요즘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칼럼 등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며 칼럼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

글을 잘 쓰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재승(鄭在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30만여 부가 팔린 ‘과학콘서트’를 펴낸 뒤 TV 프로그램 사회자로 발탁됐다. 최재천(崔在天)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개미제국의 발견’, ‘작은 것이 아름답다’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불티나는 글쓰기 책과 강좌=서점가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겨냥한 글쓰기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연세대 이재성 교수와 정희모(鄭僖謨·학부대학) 교수가 지난해 11월 펴낸 책 ‘글쓰기의 전략’은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지금까지 5만 부가 넘게 팔렸다. 온라인 서점 집계 결과 이 책의 주 독자층은 20대 후반∼40대 초반의 남성이었고 그중 상당수가 전문직이었다.

글쓰기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의사 모임인 대한형상의학회는 이달 12일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연다. 이 학회 정행규(鄭幸奎·53) 회장은 “아는 것만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의사들이 칼럼 정도는 쓸 수 있는 글쓰기 실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글쓰기 강좌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쉽고 짧게 써야=글쓰기 강사들은 ‘쉽고 짧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재춘(林載春) 영남대 객원교수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문장을 지나치게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며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1991년 당시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장으로 재직하다 광고 문안을 잘못 써서 좌천됐던 임 교수는 영국으로 유학 가 ‘기술 글쓰기(Technical Writing)’를 배워 이를 강의하고 있다.

임 교수는 “과학논문은 전공이 다르면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평소 신문 등을 열심히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희모 교수도 “전통적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문용어로 권위를 세웠지만 대중권력 시대에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문성을 드러내는 것이 ‘글 잘 쓰는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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