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4일 미국으로 출국한 지 5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이날 전용기인 보잉비즈니스제트(BBJ) 편으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지토세(千歲) 공항을 출발해 오후 8시 20분경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허리에 복대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삼성 측은 “지난주 산책 도중 미끄러져 발목 인대를 다쳤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작년 1년 동안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생각하며 책임은 전적으로 나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경쟁이 하도 심해 상품 1등 하는 데만 신경을 썼는데 국내에서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며 “그나마 지난해 중반쯤 느끼게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8일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참석)하려고 했으나 발 때문에 돌아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한두 달 후에야 깁스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5개월간의 해외 생활에 대해 이 회장은 “치료도 하고, 약속한 사람들과 만나고 요양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마친 뒤 20여 명의 경호원에 둘러싸여 공항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용산구 한남동 자택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200여 명의 취재진과 경호원 사이에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鄭東敏)는 “회계자료 분석 등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이 회장을 조사할 계획이 없으며 출국금지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 계열사를 감사한 회계법인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당시 확보한 회계자료를 분석하는 중이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이와 관련해 “검찰과 판사 양쪽에서 다 연구해서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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