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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극약 처방’으론 아파트 값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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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극약 처방’으론 아파트 값 못 잡는다

동아일보입력 2006-02-06 03:06수정 2009-10-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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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정책 효과가 의심스럽던 작년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무력해진 뒤 정부가 재건축 규제에 나서자 이들 아파트 값이 일반 아파트보다 덜 오르고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일부 재건축조합은 ‘다음 정부 때 다시 보자’며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부의 ‘8·31대책 후속 조치’ 구체안으로 거론되는 개발부담금 부과 방안은 일찌감치 위헌(違憲) 시비에 휩싸였다. 녹물이 나오는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일정 비율의 소형 아파트와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고, 기반시설분담금도 내야 한다. 이런 제약으로도 모자라 다른 개발사업과는 달리 개발부담금까지 물리는 것은 과도한 중복 규제이며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게 위헌론의 핵심이다. 여당 주장대로 투기과열지구에만 이를 부과하면 서울 강남 등 일부만 표적으로 삼는 셈이 된다.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허용 대상을 준공 20년 이상에서 40년 이상으로 좁혀도 투기 대상만 바뀔 뿐이다. 이 경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강남 지역 아파트 6000가구는 재건축이 늦춰져 값이 떨어지겠지만 재건축이 유망한 아파트나 기존 중대형 아파트에는 수요가 더 몰릴 것이다. 전체적으로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줄어 가격 불안이 오히려 커질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땅값도, 집값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균형 발전 운운하며 쏟아 낸 개발계획으로 전국의 땅값을 들쑤셔 놓은 데다 올해는 개발지역 보상비가 더 많이 풀려 투기 악순환의 우려가 있다. 인기 지역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중(重)과세, 거래 위축시키기, 인허가 까다롭게 하기 등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만 커졌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고, 인기 있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이다.

시장을 거스르는 극약 처방으로는 투기를 잠재울 수 없다. 당초 ‘강남 불패(不敗)냐, 노무현 불패냐, 해보자’는 식으로 나올 일이 아니었다. 시장과 불화(不和)하고, 시장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일그러진 코드’가 근본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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