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쇼핑의 즐거움… ‘오빠’들이 그 맛을 알았다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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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회사원 박큰산(29) 씨.

박 씨에게 쇼핑은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백화점 최신 상품을 둘러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1, 2시간 쇼핑은 기본이다.

30대 회사원 이태훈(32) 씨.

이 씨에게 쇼핑은 습관이다. 버릇처럼 인터넷 패션 쇼핑몰에 들어가 유행하는 트렌드를 확인하고 괜찮은 건 재빨리 사야 직성이 풀린다.》

○ 남성 ‘쇼퍼홀릭’이 몰려온다

“계산대의 ‘철컥’하는 소리, 아름다운 상품, 냄새만 맡아도 행복한 기운이 넘친다.”

영국소설 ‘쇼퍼홀릭(shopaholic)’은 쇼핑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우울함을 잊기 위해 다시 쇼핑을 하는 못 말리는 쇼핑중독자의 이야기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습관적으로 물건을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쇼퍼홀릭은 이제 여성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쇼핑을 즐기는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목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인터넷 쇼핑몰엔 남성 쇼퍼홀릭이 넘쳐 난다.

인터넷 쇼퍼홀릭 이호민(28·회사원) 씨는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는 것은 왠지 창피했는데 인터넷 쇼핑은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하루에도 여러 번 이용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GS이숍의 남성회원은 전체의 45%에 이른다. 구매 품목은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에서 패션, 음식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1회 구매액도 여성(8만6000원)보다 훨씬 많은 13만2000원이다.

주요 백화점도 신발, 옷, 액세서리를 한데 모아 파는 남성전용 편집매장을 늘리고 있다.

○ 남자는 ‘쇼핑DNA’가 없다고?

1998년 영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는 크리스마스 세일 때 붐비는 백화점에서 남성이 받는 스트레스 강도가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 폭도를 진압하는 경찰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남성의 쇼핑 기피에 대해 ‘사냥 본능’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심리학자들도 있다. 정확한 쇼핑 목적과 합리적인 근거를 찾지 못하면 시간 낭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LG패션의 남성 쇼핑문화 컨설팅 보고서는 ‘백화점 쇼핑을 싫어하던 남성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의 쇼핑은 호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전자상가 쇼핑에서 상품지식을 얻는 재미를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쇼핑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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