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사돈 교통사고 청와대서 개입여부 논란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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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배병렬(60) 씨가 3년 전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해 피해자인 부산지방경찰청 임모(43) 경사가 뒤늦게 배 씨의 음주운전 및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배 씨는 노 대통령의 외아들인 건호 씨의 장인이며, 농협CA투자신탁 감사위원장이다.

임 경사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와 경찰은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고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이었던 이택순(李宅淳)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한다는 방침이다.

▽임 경사 뒤늦은 의혹 제기=배 씨는 2003년 4월 24일 오후 7시 반경 경남 김해시 진례면 산본리 용전마을에서 임 경사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폭 3.5m가량의 좁은 도로에서였다. 배 씨는 귀가 중이었고, 임 경사는 고향에 다녀가는 길이었다.

임 경사는 3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 씨가 당시 음주운전을 했으나 경찰은 이를 빼고 단순 접촉사고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 간부가 승진과 합의금을 제시하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상황은?=본보가 2003년 7월 초 배 씨의 사고에 대한 제보를 받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진례파출소는 “사고가 경미한 데다 두 사람에게 ‘사고를 접수시키겠느냐’고 묻자 ‘서로 의논해서 잘 처리하겠다’고 말해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파출소 직원들은 또 “술을 마셨다는 증거나 피해자 쪽 주장이 없어 음주 측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 씨는 당시 “귀가하기 전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으나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고, 임 경사는 “마무리된 일이어서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함구했다.

하지만 일부 마을 주민들은 “배 씨가 사고 직후 차를 두고 현장을 떠나려다 임 경사에게 붙들렸다”며 “술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경찰 해명=청와대는 3일 “사고처리에 개입하거나 은폐하지 않았고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라며 “임 경사가 합의 후 배 씨에게 수차례 승진과 돈을 요구하는 등 괴롭혔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이 2003년 5월 1일 ‘단순 접촉사고 건에 대해 서로 간에 원만히 합의하였기에 차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작성한 합의서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회유 협박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소송 제기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임 경사에 대해선 경찰청에서 진상을 파악한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을 조사했으나 음주운전이나 외압을 입증할 근거가 없어 지난해 3월 25일 내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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