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직업학교를 가다]<10>佛예술화장학교 크리스티앙 쇼보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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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동료 여학생을 모델로 교사의 조언을 들으며 분장 실습을 하고 있다. 분장을 마치면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찍은 사진은 모아서 졸업 때 사진첩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파리=송평인 기자
한 여학생이 동료 여학생을 모델로 교사의 조언을 들으며 분장 실습을 하고 있다. 분장을 마치면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찍은 사진은 모아서 졸업 때 사진첩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파리=송평인 기자
예술화장(Maquillage Artistique)은 미용화장(Maquillage Beaut´e)과는 다르다. 패션모델이나 광고모델을 위한 화장, TV 영화 연극을 위한 분장, 나아가 페이스페인팅, 보디페인팅이라 불리는 전위 예술까지 포함하는 화장을 말한다. 흔히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전문 분야다. 크리스티앙 쇼보 씨는 1974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각종 메이크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예술화장학교를 세웠다.

파리 시내 라파예트 백화점 뒤쪽으로 가면 ‘예술화장학교-크리스티앙 쇼보’가 나타난다.

지난달 13일은 이 학교에서 ‘리브르(Livre)’라고 부르는 포트폴리오 사진첩을 위한 촬영이 있던 날. 학생들은 과정이 끝나는 6월 말 1년 동안 시시때때로 해 온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실습실에는 학생들이 모델을 분장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모델도 학생들이다.

코랄리 뒤샹(21·여) 씨는 졸린 듯하면서도 섹시하게 옆을 바라보는 눈을 만들기 위해 위 속눈썹 끝에 몇 개의 인조눈썹을 붙이고 있었다.

예술화장은 독창성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한 시대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1960년대 초 세계의 젊은 여성들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뿌루퉁하면서도 육감적인 입술을 흉내 내려고 했다. 그 개성적 입술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엷은 핑크색 립스틱을 써서 만들어 낸 것이다.

학생들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독창적인 이미지를 메모했다 스케치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에 구현하는 실습을 한다. 마크 몰레(22) 씨의 스케치는 눈 부위를 장식적으로 처리했는데 신선한 느낌의 초록색이 인상적이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돼 버린 엘리자베스 아든이 1960년대 중반 선보였던 판타지 아이 메이크업(fantasy eye make-up)은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학교는 사진 스튜디오와 전속 사진사를 두고 있다. 학생들은 사진 작업이 끝나면 슬라이드 필름과 스케치를 비교해 보면서 어떤 점이 잘됐고 어디가 잘못됐는지 교사들과 함께 강평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학생들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간다.

수업은 월∼금 오전 9∼12시, 오후 2∼5시에 진행된다. 화 목요일 오전에 교사의 강의가 있다. 이것도 교사가 시범을 보이거나 실습 강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종일 실습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예술화장은 9개월 과정. 처음 3개월은 미용화장을 배우는 단계다. 얼굴의 돌출부위(하이라이트)와 함몰부위(섀도)는 그 경계를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차적인 색상의 차이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블렌딩(blending)을 확실히 익혀야 한다. 낮과 밤의 화장은 어떻게 다르며 백인 흑인 황색인 피부의 화장은 어떻게 다른지도 배운다.

그 다음 6개월은 영화 연극 발레 등을 위한 분장과 보디페인팅을 배우는 단계다. 뼈 근육 피부별로 노화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부하고 다양한 테크닉으로 늙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라텍스로 주름을 표현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나폴레옹이나 클레오파트라 같은 역사 속의 인물도 분장으로 창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가부키(歌舞伎)나 중국의 징쥐(京劇)를 위한 분장도 들어 있다. 인조 피를 이용해 상처부위를 표현하는 특수효과 분장도 배운다. 악마나 시체와 같은 무섭고 음산한 캐릭터도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발레나 카바레 등 뮤직홀을 위한 분장도 주요 분야로 취급되고 있다.

절반가량의 학생들은 1주일에 3번 오후 5∼7시에 국제화장위원회(CIDESCO) 자격증을 따기 위한 강의도 함께 듣는다. 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세워진 CIDESCO는 화장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조직이다. 크리스티앙 쇼보는 프랑스에서 CIDESCO 분장사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5개 학교 중 하나다. CIDESCO 과정에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시대별 패션을 구체적으로 공부한다. 패션을 정확히 이해해야 거기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또 헤어스타일 3개월 과정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메이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헤어스타일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메이크업을 하다 보면 헤어스타일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수업료는 작년 9월 입학생의 경우 9개월 기본 과정이 5950유로(약 700만 원), CIDESCO 과정이 6850유로(약 800만 원), 헤어스타일 과정이 3025유로(약 350만 원)다. 재료비 등은 학생들이 따로 부담한다. 이 학교에는 한국 일본 중국인 학생도 10여 명씩 공부하고 있다. 수업은 프랑스어로 진행된다.

실습 위주의 교육이 많아 눈썰미로 대충 따라간다 하더라도 사전에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어학연수가 필요하다고 학교 측은 얘기한다.

파리=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영화-연극등 현장서 뛰는 분들이 교사의 절반”

르무 므방그(사진) 원장은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으로, 크리스티앙 쇼보 씨의 양자다. 쇼보 씨는 프랑스인으로 백인이다. 므방그 원장은 어릴 적부터 양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화장 기술을 익혀 2002년 아버지가 은퇴한 후 학교를 이어받았다.

―쇼보 씨는 어떤 사람인가.

“헤어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유명세는 패션 디자이너에 미치지는 못한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라고 하면 1960년대 능숙한 커팅 기술로 기하학적인 헤어스타일을 유행시켰던 영국의 비달 사순 정도나 기억될까. 쇼보 씨는 메이크업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영화고등연구소(IDHEC), 루이 루미에르 국립 사진영화학교, 파리미용과학아카데미 등에서 메이크업을 가르치다 1974년 우리 학교를 세웠다.”

―아버지 시절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아버지 때는 교사들이 모두 프랑스인으로만 구성돼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지금은 중남미 출신의 교사도 있고 동양인 선생도 있다. 인종별로 피부의 특징이 다르고 화장하는 방법도 다르다. 또 실제 현장의 흐름과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 선생의 절반 정도는 영화 연극 분야에서 현장 작업을 하고 있는 분을 모시고 있다.”

―다른 예술화장학교들에 비해 나은 점은 무엇인가.

“최근 3∼4년 전문 예술화장학교가 많이 생겼다. 이런 학교들 역시 대부분 크리스티앙 쇼보 출신들이 설립했다는 게 우리의 자부심이다. 단 한번도 우리 학교가 그런 곳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규모면에서도 1년에 약 120명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크다.”

파리=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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