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이동관]여야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경쟁

  • 입력 2006년 2월 3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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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논선위원
이동관 논선위원
여의도 정가에는 오래전부터 “정치인 이름은 부고(訃告)말고는 뭐든지 언론에 나는 게 좋다”는 우스개 소리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언론에 자주 노출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을 맞아 여야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적인 한건주의식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이유도 바로 ‘튀어야 산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의 처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성도 재원마련 대책 등 구체성도 전혀 없는 ‘아니면 말고’식의 장밋빛 공약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튀고 보자?…정치인들 포퓰리즘경쟁

열린우리당의 당권경쟁에 나선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최근 “군 병력을 30만~40만 명 수준으로 줄여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5세 이하 어린이 전면 무상교육’의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위해 헌법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분양원가 상한제 부활 등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경선후보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1인1주택 소유상한제 입법을 추진했던 홍준표 의원은 “아파트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박계동 의원 등도 “‘서민형 타워팰리스’를 지어 분양가를 평당 300만원이하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여야 정치인들의 주장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잠시 붙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에는 다가오지 않는 공허하고 허황된 공약 들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경쟁은 각종 선거에서 공약의 우선순위, 기간, 재원을 상세히 밝힌 매니페스토를 발표하고 나중에 그 이행실적을 검증받는 영국 일본 등의 상황과 비교할 때 11위 무역대국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는 후진적 양상입니다. 이러니 몇 년 전 한 재벌총수가 ‘정치는 4류’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진영이 경제성장률 5%를 공약했다가 상대후보가 6%를 내놓자 7%로 올렸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국민들도 이제 허황된 공약을 내놓은 정치인들은 도태시키겠다는 각오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동관 논설위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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