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원 “전략적 유연성 각서 대통령에 보고도 안해”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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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가 2003년 10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내용의 외교 각서를 미국과 교환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2일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국정상황실 문제제기에 대한 NSC 입장’이라는 11쪽짜리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2005년 4월 5일에 작성된 이 문건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노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해명 자료다. 국정상황실 보고서는 ‘외교부와 NSC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각서를 교환하고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편 청와대는 최 의원이 전날에 이어 전략적 유연성 관련 NSC 내부 문서를 공개한 데 주목하며 먼저 1일 공개한 3급비밀 NSC 회의록의 입수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전략적 유연성 관련 각서 보고 안 해”=NSC는 이 문건에서 “2003년 10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5차 회의를 계기로 위성락(魏聖洛·현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당시 북미국장이 미국 측에 교환각서 초안을 전달한 것을 노 대통령과 NSC에 보고하지 않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이어 “NSC는 각서 교환 사실을 2004년 3월 후임 김숙(金塾) 북미국장에게서 보고받고 인지했다”며 “NSC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이는 외교부의 보고 누락이 1차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NSC의 표현대로라면 전략적 유연성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각서 초안을 교환하고도 대통령에게 5개월 동안이나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

당시 국정상황실 보고서는 외교부와 NSC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바람에 2005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노 대통령이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미국 측이 기존 합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FOTA 회의를 앞두고 위 국장과 실무 담당자(서기관) 차원에서 한미 간에 교환각서 형태로 한다면 포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습작을 주한 미국대사관의 실무자에게 보여 주고 의논한 것”이라며 “이런 수준까지 NSC에 보고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안보정책실도 “최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서 언급된 ‘한미 간 각서 교환’은 사실이 아니라 실무 차원의 각서 초안이 서로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 NSC 회의록 요청 안 해”=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최 의원이 1일 공개한 NSC 회의록의 제출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개돼선 안 되는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라고 민정수석실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 의원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회의록을 입수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회의록을 유출한 공무원을 적발해 처벌할 방침이다. 청와대가 여당 의원의 문건 입수 및 공개에 대해 경위 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최 의원이 안보와 직결돼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기밀과 내부자료를 이틀 연속 폭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17대 국회 개원 이후 국가정보원이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과 국정원 자료를 비롯해 기밀이 유출된 사례가 31건에 이르는 등 정보 유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정연욱 기자 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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