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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史 친필도 돌아왔다…일본인 父子의 代이은 유물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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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史 친필도 돌아왔다…일본인 父子의 代이은 유물기증

입력 2006-02-03 03:06수정 2009-09-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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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부자(父子)의 한국 문화재 사랑이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 관련 유물의 잇단 고국 귀환으로 이어졌다.

일본 도쿄(東京)에 살고 있는 후지즈카 아키나오(藤塚明直·94) 씨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추사 김정희의 친필 20여 점을 포함한 추사 관련 자료 2700여 점을 최근 경기 과천시에 기증했다.

후지즈카 씨가 기증한 유물과 자료들은 일제강점기 추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던 그의 부친 후지즈카 지카시(藤塚(린,인)·1879∼1948)가 평생 모은 것이다. 그의 부친은 1926년 경성제국대(서울대의 전신) 중국철학 교수로 부임한 후 추사의 학문 세계에 매료돼 중국 베이징의 고미술 거리와 한국의 인사동 등지를 돌며 추사 관련 자료를 구입했다. 특히 현재 국보 180호로 지정된 추사의 대표작 ‘세한도(歲寒圖)’를 갖고 있던 그의 부친은 이 작품을 돌려 달라는 서예가 손재형(孫在馨)의 설득에 따라 일본 패망 직전에 한국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후지즈카 씨는 2일 본보와의 회견에서 “이번에 기증한 추사 관련 유물은 선친의 일생이 담겼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자료”라면서 “하지만 여생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내가 눈을 감으면 이렇게 귀중한 자료를 어떻게 보존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후지즈카 씨는 “귀중한 유물들이 자기 나라로 무사히 돌아가게 된 것을 아버지도 아주 기쁘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유물들은 앞으로 유물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갖고 영원히 살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평생을 한국, 중국 문화 연구에 바친 분”이라며 “어느 민족이나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있고 거기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정신이 담겨 있으며 학자는 그런 문화에서 배우고 자료를 모아 이를 후세에 널리 전해야 한다는 게 아버지의 신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증품에는 추사의 40대 시절 편지 모음인 ‘기양제첩(寄兩弟帖·13통)’을 비롯해 청대 학자 왕희손(汪喜孫)이 추사에게 보낸 ‘왕희손서첩’, 청대의 학자들이 추사의 제자 우선 이상적(藕船 李尙迪) 등에게 보낸 서한을 묶은 ‘청대학자서간첩’ 등 추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지식인들이 청대 지식인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추사가 66세 때인 1852년 함경도 북청 유배지에서 풀려나 경기 과천에 머물 때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편지 ‘기우선(寄藕船·우선에게)’에는 정쟁에 휘말려 만년에 유배지를 전전해야 했던 노 선비의 외로운 심경이 절절히 녹아난다.

‘…추위에 대한 고통이 북청에 있을 때보다도 더하네. 밤이면 한호충(寒號蟲·산박쥐)이 밤새 울어 대다가 아침이 돼서야 날아간다. 저무는 해에 온갖 감회가 오장을 온통 휘감고 돌아 지낼 수가 없네….’

과천시는 추사 서거 150주년을 기념해 11월 열릴 국제학술대회에 후지즈카 씨의 초청을 추진하다 자료를 기증받게 됐다고 밝혔다.

후지즈카 씨는 이번에 추사 연구에 써 달라며 200만 엔(약 2000만 원)을 함께 기탁했다. 그는 “유물을 기증함으로써 나도 기쁘고, 아버님도 기뻐하실 텐데 이처럼 큰 기쁨을 얻고도 그냥 자료만 주는 것으로 끝내자니 무언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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