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갈등 키우는 이란… 벼랑끝 전술 속내는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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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극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사회에서 이란이 고립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란은 ‘광적인 모험주의’라고 할 정도로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경 일변도인 이란의 속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 2일자 분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본다.

―2002년 망명단체인 ‘이란국민저항협의회(NCRI)’가 이란의 핵시설 보유를 폭로하기 전까지 핵개발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는 비난이 많다.

“평화적인 용도의 핵개발 시설이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여 의혹을 해소하는 데 협조했다.”

―하지만 IAEA의 현장 방문 및 조사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아 갈등을 키웠다. 급기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 이어 1일 유럽 국가들이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결의해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는 영국 독일 프랑스 3개국과 2년간 핵 협상을 벌였다. 이 기간에 핵 개발을 중단하는 성의도 보였다. 우리는 협상을 통해 핵연료의 자체 개발을 원했다. 하지만 유럽 3개국의 최종 제안에는 핵연료 문제가 쏙 빠졌다. 이제 유럽과 협상할 이유가 없으며 이것이 1월 초에 강경 방침으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IAEA도 이란이 ‘평화적 핵개발’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과 고성능 폭약, 미사일 탄두 설계 작업을 해 왔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파키스탄에서부터 인도, 이스라엘까지 주변국들은 핵 억지력을 갖췄다. 그런데 왜 우리만 안 된다는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평화적인 용도로 핵 개발을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경제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부터 경제제재를 해 왔다. 올해로 27년째다. 우리는 경제제재에 단련돼 있다. 또 경제제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역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르고 연간 1000만 t의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중국이 동의할까? 총 18억 달러(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지대공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러시아도 심사숙고할 것이다. 물론 최근 핵 갈등으로 주가지수가 1년 전보다 20% 넘게 떨어졌고 자금의 해외이탈 현상도 나타나고 있긴 하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한 방침은 내부에서도 비판받지 않나.

“대다수 국민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각종 사회문제 개선과 빈곤층 지원에 더 관심이 많다. 대통령이 최근 몇 주일간 각 지방에서 내각회의를 잇따라 열고 총 430억 달러(약 43조 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약속해 환영받고 있다. 돈은 원유 판매대금으로 댈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먼저 우리를 안보리에 회부하면 IAEA의 감시카메라를 즉각 철거하겠다. 무력 사용에 대비해 주요 핵시설을 지하에 배치했다. 또 우리 동맹인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에서 강력한 항의가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동 정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이 손 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결국 미국이 이길 것이다.

“그렇지 않다. 미국은 이라크의 수렁에 빠져 있다. 무력 사용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진지한 자세로 우리와 타협하자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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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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