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18>이유식 놓고 고부갈등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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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똥이 이게 뭐꼬? 영 파이다. 이유식 그만 먹이거라.”

“예?”

요 며칠 어머니가 우리 집에 계시는 동안 집안에는 냉기류가 흘렀다. 이유식에 대한 고부간 의견 차 때문이다. 아내는 생후 만 6개월 때 이유식에 간 고기를 추가로 먹일 것에 대비해 지원이가 5개월이 되자 쌀미음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지원이가 묽은 똥을 누는 게 이유식을 너무 일찍 시작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하루는 내가 퇴근하자마자 어머니와 아내가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분유 먹는 애들은 보통 4, 5개월에 시작해도 되지만 모유엔 영양이 풍부해 젖 먹는 애들은 6개월 때 시작해도 돼요.”

또 아토피가 있는 아기도 이유식을 일찍 먹이면 아토피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6개월 정도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판정승! 어머니는 흡족한 얼굴인 반면 아내는 좀 삐친 모양이다. 최근 들어 이 뿐만 아니라 지원이 먹을거리에 대해 고부 간 갈등이 많다.

며칠 뒤, 지원이가 입에 대 준 딸기를 쪽쪽 빨아먹자 어머니는 ‘아이고 잘 묵네’ 하며 좋아했다. 그러나 아내는 ‘아기 입맛 다 버린다’며 말렸다.

“승민이는 더 어릴 때도 과일 많이 먹였는데, 별 일 있더냐?”

“그때도 승민이가 야채죽을 잘 안 먹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설날에 어머니가 지원이에게 떡국 국물을 주자 아내는 또 말렸다.

“어머니, 애들한텐 짠 것 먹이면 안돼요.”

“야야, 내 키울 땐 기냥 어른들 먹는 국에 밥 말아 먹였데이. 그래도 잘 컸잖냐.”

“한번 짠 맛에 길들면 싱거운 것은 안 먹게 돼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거라고요.”

“이거 간한 것 아이다, 그냥 멸치 우린 데다 떡 넣고 끓인 국물이야.”

“멸치 국물도 간이 돼 있어서 안돼요.”

“니 참! 별나데이.”

우리집뿐 아니라 이유식에 대해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유식에 관한 한 ‘어제의 진실이 오늘은 거짓’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아내 편을 들어주게 됐다. 아이들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고, 이유식은 평생 식습관의 기초가 된다. 미각 발달을 더디게 하는 시판 가루 이유식을 피하고, 간한 음식, 단 과일은 되도록 늦게 먹이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중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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