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올해 7세 ‘밀레니엄 베이비’ 초등학교 취학 연기 급증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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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취학 대상인 2000년 1, 2월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걱정이 크다. 자녀가 1999년생인 동급생에게 어리다고 무시당하거나 집단 따돌림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부모의 우려와는 달리 대다수 아이들이 한 학기만 지나면 잘 적응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취학 대상인 2000년 1, 2월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걱정이 크다. 자녀가 1999년생인 동급생에게 어리다고 무시당하거나 집단 따돌림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부모의 우려와는 달리 대다수 아이들이 한 학기만 지나면 잘 적응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생일이 몇 달 더 빨라도 ‘내가 언니다, 형이다’ 하면서 의외로 서열 매기기에 집착하는 것이 요즘 애들이더라고요. 하물며 생년이 1999년과 2000년으로 세기 자체가 달라지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무시당하거나 ‘집단 따돌림’ 당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3일은 서울지역 초등학교 취학아동 예비소집일. 이날 취학유예를 신청하겠다는 주부 김모(38·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유예 결정이 났으면 좋겠는데 학교 측과 실랑이를 하게 될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취학통지서를 받은 2000년 1, 2월생 아이 엄마들의 고민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등록상 1999년 3월 1일∼2000년 2월 29일 출생한 아동들이 올 3월 초등학교 취학 대상.

지난달 하순 경기지역 국공립 초등학교들의 예비소집에서도 취학유예 신청자가 급증했다. 서울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입학 후에도 취학유예 가능

학부모들 사이에서 2007학년도부터 취학 대상 아동이 2000년 1월 1일∼2000년 12월 31일로 조정된다는 소문이 나돌아 2000년 1, 2월생 엄마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취학유예 판단은 일선 학교장의 재량. 객관적 판단의 근거 자료로 ‘병원 진단서’를 요구하지만 학부모나 읍면동장의 소견서를 제출해도 된다. 여기에 아이와의 면담이 주요 결정사항이다.

예비소집일에 취학유예 신청을 주로 하지만 따로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입학 이후에도 취학유예를 할 수 있다. 다만 학교에서 취학유예 결정을 받았을 경우에는 동사무소에 알려야 한다.

설 영근 일곱 살에 보내자니 적응을 못하고 뒤지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꽉 찬 여덟 살에 보내자니 그 또한 썩 내키지 않는다.

1990년, 1999년 1월생 두 아들을 둔 박모(43·서울 강동구 명일동) 씨는 첫째 아들을 우리 나이로 7세에 입학시키고 겪은 어려움에 대해 지금도 손사래를 친다.

“몸집이 왜소하고 행동이 느린 편이었죠. 급식시간에 ‘밥 먹는 속도’가 느린 것 때문에 아이들에게서 많은 원망과 선생님의 하소연까지 들어야 했어요. 알림장을 제대로 적어 오지 않아 같은 반 반장에게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다반사였고요.”

박씨는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뒤 둘째의 취학통지서가 나온 지난해 일찌감치 취학유예를 신청했다.

94년 2월생의 멀쩡한 아들을 ‘지체 미숙’이란 진단서로 취학유예시켰던 이모(35·경기 고양시) 씨는 한 해 집에서 교육해 ‘준비된 우등생’을 만드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초등학교 입학이 12년 후 대입 경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중고교 졸업 때까지 내내 뒤지기 쉽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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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경시대회서 ‘어린 나이’ 덕 볼 수도

그러나 최모(39·서울 구로구 개봉동) 씨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예정인 딸의 경우 7세 입학으로 아이의 능력을 더 많이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치원 친구보다 먼저 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좋아하면서 언니 오빠들과 경쟁하겠다며 학습의욕이 강해진 것 같았어요.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무난하게 잘 따라갔고 고학년이 되니까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올해 외국어고 입시 특별전형에 합격한 1991년 1월생 딸을 둔 최모(44·경기 광명시) 씨 역시 외고입시나 각종 경시대회에서 동점자 처리를 통해 ‘어린 나이’의 덕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7세 아동을 입학시켰다면 학교적응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강원 원주시 기독병원 정신과 안정숙 교수는 “부모는 매일 학교생활 보고시간을 20∼30분 정도 정해 놓고 칭찬과 문제해결식 대화로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야 하며 교사의 협조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7세 취학유예’의 득실에 대한 연구결과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취학유예를 한 아동이 초기 학교적응력은 높았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쳤으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자존심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안 교수는 소개했다.

○ 신체조건-성숙도 등 따져 신중한 결정을

오랫동안 7세 입학 아동을 지도해 온 경기 광명시 광명서초등학교 교무부장 김채중(53) 교사는 자녀에 대해 지나친 걱정과 과소평가를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1, 2월생이 또래에 비해 미숙한 경우가 종종 있긴 해요. 하지만 가정과 학교가 함께 격려와 칭찬으로 보듬어 주며 적응력을 키워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 소아정신과교수는 “키가 현저히 작거나 몸집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거나 놀림의 대상이 되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신체적 조건과 성숙도, 사회성, 인지력, 집중력, 기질에 대한 진단을 받아 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아 사외기자 kea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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