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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유신]러시아가 가스분쟁서 잃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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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유신]러시아가 가스분쟁서 잃은 것들

입력 2006-02-03 03:05수정 2009-10-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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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가스 가격을 둘러싼 분쟁은 새해 벽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가스 공급을 중단했던 러시아의 손익은 무엇일까.

우선 러시아가 얻은 것은 경제적 이익이다. 이번 사태 이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1000m³당 50달러를 받고 가스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사태 직후 양국은 같은 양의 가스 가격을 95달러로 합의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스 공급 중단 사태는 국제가스 시장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미국의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르긴 씨는 러시아가 가스자원에 관한 한 ‘초강대국’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러시아는 현재 전 세계 가스자원의 약 27%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가스 생산량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생산한 가스를 대부분 유럽에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물량의 80% 이상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중단했을 때 유럽 국가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러시아가 잃은 것도 적지 않다. 어떻게 보면 러시아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 보이는 듯하다. 우선 유럽 국가들은 ‘안정적 가스 공급자’로서의 러시아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의구심은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가스 공급원의 다변화와 원자력 같은 대체 에너지를 모색하게 만드는 구실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스 공급 중단 사태는 러시아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불러왔다. 현재 러시아는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에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사실상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발트 삼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가 1000m³당 130달러를 지불하는 데 반해 루마니아는 23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중가격제는 유럽 국가들이 향후 가스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러시아에 가격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이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가스 가격 인하를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다.

가스 공급 중단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잃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옛 소련 지역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가스를 많이 생산하는 세 나라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이다. 세 나라는 지리적인 요인 때문에 외국 영토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유럽에 가스를 수출할 수 없다. 현재 이들은 러시아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사용해 가스를 수출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런 점을 이용해 세 나라로부터 가스를 싸게 사서 비싸게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에 이러한 메커니즘(값싼 중앙아시아산 가스와 섞어 수출하는 방식)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와의 가격 분쟁을 해결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러한 역할을 계속 충실히 수행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미 이전보다 높은 가스 가격을 러시아에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또한 향후 처리가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이유신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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