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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켓 플레이스]쇼핑을 게임처럼… 온라인장터 ‘혁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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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켓 플레이스]쇼핑을 게임처럼… 온라인장터 ‘혁명시대’

입력 2006-02-03 03:05수정 2009-10-0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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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켓플레이스(e마켓·일명 온라인 장터)가 온라인 유통 혁명을 꿈꾸고 있다. 1998년 등장한 e마켓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제치고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선두로 치고 나갈 태세다. 낮은 진입 장벽, 인터넷 게임 같은 판매 방식이 어우러져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고 한번 재미를 붙이면 계속 물건을 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GS, CJ, 롯데 등 대기업들도 e마켓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도대체 이 시장이 무엇이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전업주부 이수정(35·서울 강서구 염창동)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e마켓 폐인(마니아)’이다.

거의 매일 컴퓨터를 켜 놓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e마켓에 접속한다. 알뜰한 살림꾼인 이 씨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눈여겨본 상품 가운데 조금이라도 싸게 나온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13만 원에 파는 아기 코트를 e마켓에서 단돈 4만 원에 샀다”며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판매-구매자 실적따라 등급

유통 전문가들은 e마켓의 빠른 성장 요인으로 ‘온라인 게임 같은 운영 방식’을 꼽는다.

e마켓에서 판매자는 제품의 하자 여부, 판매량, 정확한 배송, 사후관리에 따라, 구매자는 구매 횟수, 구매 규모, 입금 여부 등에 따라 ‘사파이어 금 은 동’식으로 신용도가 달라진다.

이는 인터넷 게임에서 방문 횟수와 게임 시간, 아이템 획득 및 구매량에 따라 ‘왕 귀족 신하 거지’ 등의 순으로 등급이 매겨지는 것과 같다.

판매자가 장사를 시작한 후 한 달 이내에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면 구매자들이 주문을 기피해 e마켓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판매자들이 기를 쓰고 물건을 싸게 내놓으려고 하는 이유다.

등급이 낮은 구매자는 경매에서 높은 가격을 써 내도 ‘응찰만 하고 구입은 하지 않는 손님’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들이 쓴 상품 평도 홀대받는다.

다양한 상품과 가격이 존재하는 것도 e마켓의 매력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특정 제품의 모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제품 한 개만 보이는 데 비해 e마켓에서는 해당 제품을 팔겠다고 나선 수십∼수백 명의 판매자를 만나게 된다. 똑같은 모델이라도 판매자별로 가격 배송요금 사은품 등 혜택이 천차만별이다.

e마켓 업체 옥션 배동철 이사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완전 자유경쟁이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마켓은 창업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주부 대학생 실직자들의 창업 창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 거래규모 8조원대

e마켓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다.

경매 방식으로 거래하는 e마켓은 옥션이 1998년 처음 선보였다. 2000년까지는 거래금액이 한 해 1300억 원 수준에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300∼600%씩 급성장하면서 지난해에는 4조 원 규모로 커졌다. 업계에선 2008년 e마켓의 거래 규모가 8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션의 회원도 2002년 564만 명에서 1월 말 현재 155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기업들도 e마켓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의 가세로 올해 말쯤이면 온라인 유통망의 주도권이 기존 인터넷 쇼핑몰에서 e마켓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J홈쇼핑은 연내 자본금 200억∼300억 원 규모의 e마켓 회사를 세우기로 했으며 삼성테스코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롯데닷컴 등 유통업체들도 e마켓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e마켓 ‘GS이스토어’를 설립한 GS홈쇼핑은 최근까지 광고 판촉비로만 100억 원을 쏟아 부으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뢰와 고객 서비스 확보해야

최근 e마켓 분야의 선두를 다투는 업체 간에 ‘고객예수금 횡령 논쟁’이 뜨겁다.

고객예수금은 고객이 e마켓에 맡긴 물품 구입 대금을 말한다. 규모가 큰 e마켓 업체에는 항상 수십억 원대의 물품 대금이 계좌에 예치된다. 이 돈은 구매자가 인터넷에서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면 즉시 판매자에게 입금된다.

하지만 e마켓 업체인 A사는 입금을 늦추면서 고객예수금을 금융상품에 7∼15일간 투자해 연간 수십억 원의 영업 외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류나 성인용품이 버젓이 전시 판매되는 일도 있다.

GS홈쇼핑 송영호 이스토어사업팀장은 “신뢰와 고객 서비스를 구축하지 못하면 e마켓에서 판매자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옥션 박주만 사장의 성공비결▼

“신뢰를 잃으면 e마켓은 하루아침에 문 닫을 수 있습니다.”

국내 1위 e마켓 업체인 옥션 박주만(사진) 사장은 e마켓의 성공 요인으로 ‘신뢰’를 꼽았다.

박 사장은 “직접 물건을 떼다 파는 ‘마켓’은 스스로 신용을 관리할 수 있지만 다양한 마켓이 죽 늘어서 있는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관리업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사기사건이 발생하고 ‘짝퉁’이 판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옥션도 사기, ‘짝퉁’, 불법 거래 문제로 수년간 골머리를 앓았다”며 “전체 직원의 20%를 T&S(Trust & Safety)팀으로 꾸려 시장 감시에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e마켓 시장 진출에 대해선 “시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경쟁 격화로 수년 안에 업체 간 부침이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기업보다는 네이버, 다음 같은 인터넷 포털 업체를 더 경계했다.

가격 비교 등 쇼핑 정보를 서비스하는 포털 업체들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안정적인 설비를 등에 업고 e마켓에 뛰어들면 상당히 버거운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사장은 “기업이 경쟁하면 소비자는 편해진다”며 “원조 업체의 자존심을 걸고 ‘레드오션’(경쟁이 심한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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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e마켓플레이스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쇼핑몰과 같지만 판매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쇼핑몰은 제조업체의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인터넷에 옮겨 놓았을 뿐이다. 반면 e마켓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판매자와 구매자가 돼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운영업체는 상품 등록, 전시, 판매, 결제에 필요한 환경만 제공할 뿐이다.

○에스크로(Escrow)

고객과 판매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매매보호 서비스. 고객이 지불한 물품 구입 대금을 e마켓 운영업체가 받아 보관하다가 물건을 확인한 고객이 ‘구매 결정’ 의사를 통보하면 판매자에게 송금해 준다.

○신용도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좋은 제품을 정확한 날짜에 보내 주고 사후 관리가 철저한 판매자와 물건 값을 제때 낸 구매자는 높은 신용도를 받는다. 거꾸로 불량품을 보내거나 응찰만 하고 실제 구입을 안 하는 구매자는 신용도가 떨어진다.

○T&S(Trust & Safety)

e마켓의 자체 거래감시 조직. 부적절한 상품을 발견하거나 판매자나 구매자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 해당업체의 ‘T&S팀’에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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