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오~ 샹젤리제 ‘왼쪽거리의 반격’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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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에서 개선문 방향으로 보면 왼쪽과 오른 쪽이 큰 차이를 보인다. 거리의 오른쪽은 무척 붐빈다. 맥도널드를 비롯해 유럽의 유명 패스트 푸드점인 퀵이 있으며 모르간 자라 셀리오 등 중저가 브랜드의 매장이 즐비하다. 파리의 젊은 층이 DVD나 전자제품을 살 때 먼저 찾는 프나크, 화장품 멀티숍의 대명사 세포라도 오른쪽에 있다.》

개선문 앞에 자리 잡은 카르티에 매장에 이어 최근에는 고가의 보석 가게인 모부상이 오른쪽에 둥지를 틀었다. 샹젤리제로 이어지는 지하철역 출구가 있는 곳도 오른쪽이다. 그래서 오른쪽은 늘 붐비고 시끌벅적하고 대중적이다.

왼쪽 편은 어떤가.

유명 프랑스식 식당인 푸케, 홍합 요리 전문점 레옹, 고급 소품을 모아 놓은 복합 엔터테이먼트 공간인 드럭스토어가 왼편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그 밖에 행인들의 시선을 끌 만한 공간이 없었다.

샤넬 디오르 페라가모 등 명품 매장이 있는 몽테뉴 거리 왼쪽을 통해 이어지지만 그곳은 샹젤리제의 본류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왼쪽은 오른쪽보다 고급스럽긴 하지만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졌다.

신설 매장들도 유동 인구가 많은 오른쪽에 먼저 자리잡으려 했다. 왼편은 여유가 있는데도 외면당했다. 오랫동안 왼편은 ‘그늘진 보도(trottoir de l'ombre)’, 오른편은 ‘빛나는 보도(trottoir de la lumi`ere)’로 불렸다.

그런 왼쪽 보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루이비통 스토어에 이어 여행용 가방으로 유명한 랑셀이 대형 매장을 열었다. 랑셀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 다양한 색상의 핸드백들이 쇼윈도에서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이키도 두 달 전 왼쪽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차렸으며, 바리에르 그룹은 올해 안으로 고급 호텔을 열 계획이다. 이 호텔은 맞은편 메리어트 호텔의 캐치프레이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에 자리 잡은 가장 아름다운 호텔’에 도전하며 또 다른 럭셔리 호텔의 역사를 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이곳에 대형 스토어를 연 휴고 보스는 이제야 ‘그늘진 곳’에 자리 잡았던 불이익을 면하게 됐다고 반색한다.

매장의 화려한 조명으로 빛났던 오른편 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풍겼던 왼편은 최근 개장한 매장들이 기존 가게들과 이어지면서 풍경을 새롭게 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이를 ‘왼편의 반격’이라고 말한다.

샹젤리제 위원회의 도미니크 로데 대표는 최근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왼쪽 거리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점점 더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왼편 거리에는 쇼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먹을거리 공간도 늘고 있다. 거리 분위기에 맞게 고급스럽게 치장한 이색 카페들이 눈에 띈다.

최근 문을 연 ‘퀼튀르 비에르’는 매장 이름처럼 맥주 문화의 모든 것을 파는 곳이다. 다양한 종류의 보리로 만든 여러 가지 색상의 맥주를 비롯해 특이한 맥주잔, 보리로 만든 소스, 작은 보리 알갱이를 넣어 만든 휴대전화 줄, 보리를 활용한 요리책 등을 보여 준다. 캐주얼한 맥주 바와 레스토랑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왼편의 반격’이 샹젤리제 거리 전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뉴욕 피프스 애버뉴, 홍콩의 코즈웨이 베이에 이어 땅값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싼 샹젤리제의 ‘값어치’가 더욱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거리를 누비는 다양한 인종만큼 복합적인 문화가 어우러진 샹젤리제의 특징이 도드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부동산전문회사 CB 리샤 엘리스의 루이 메이니엘 이사는 “샹젤리제는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 명품의 디자인을 본떠 만든 저가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 고급 식당과 패스트 푸드점이 나란히 하고 있는 보기 드문 ‘평등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파리=김현진 사외기자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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