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 승진 박성훈·정지택 씨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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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기자
변영욱 기자
《“한마디로 극과 극이죠.”

올해 초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의 서울사무소에서 파트너(부사장급)로 동시에 승진한 정지택(38) 박성훈(33) 씨는 사내에서 이렇게 불린다. 파트너는 일정 지분을 받는 경영진으로 컨설턴트의 꿈이다. 서울사무소 110명의 컨설턴트 중 파트너는 9명이다.

두 사람은 베인&컴퍼니에서 10여 년 일했고, 함께 승진했지만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같은 회사의 신경자 마케팅 팀장은 “며칠 밤을 새우는 체력과 클라이언트를 어떻게든 만족시킨다는 점 외에 두 사람이 닮은 점은 없다”고 말했다.》

정 파트너와 박 파트너는 교육이나 성장 환경이 크게 다르다. 정 씨는 해외 경영학석사(MBA) 등 컨설턴트의 전형적 코스를 걸어온 반면 박 씨는 국내 대학원도 나오지 않았다. 박 파트너는 순수 국내 대학 학부 출신의 첫 파트너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 기업의 전략 비전 투자 등에 대해 솔루션(해결방안)을 제안하는 전문직. 정확한 분석과 진단은 물론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꿰뚫는 심리적인 눈도 가져야 한다. 스타일이 대조적인 두 사람을 비교했다.

○ 순수 국내 학부와 해외 MBA 출신

정 파트너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미국 와튼스쿨 MBA에서 금융을 전공했다. 베인&컴퍼니의 관계사이며 사모펀드업체인 베인캐피털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는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의 파트너로서 전형적인 코스를 걸어왔다”며 “컨설팅 일을 그만두겠다거나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 파트너는 1996년 입사 이후 3년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학부 출신으로 해외 MBA는 물론 대학원도 나오지 않았다.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없다. 그는 “MBA에서 배운 것을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주눅 든 적이 많았다”고 말한다. 사직서를 생각한 적도 여러 차례다.

박 파트너는 “당시 습관처럼 1년만 더 다녀 보라며 위로해 주던 친구 덕분에 첫 국내 대학 학부 출신 파트너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충격 요법과 신뢰 쌓기

유통과 소비재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박 파트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라고 하는 컨설팅으로 유명하다. 클라이언트의 비위가 상할 수 있는 이야기도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그는 핵심 사안에 대해 충격 요법을 쓴다. ‘이렇게 하십시오’에서 더 나아가 ‘이렇게 안 하면 진짜 죽습니다’라는 말도 한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서튼 데스(certain death·확실한 죽음)이다. 그는 “분석과 진단이 정확하면 충격이 클수록 클라이언트가 진심으로 반응한다”고 말한다.

정 파트너는 금융 분야를 담당한다. 금융업계는 보수적이어서 충격 요법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대신 그는 클라이언트가 ‘저 사람은 우리 편’이라는 신뢰를 갖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그는 이를 위해 클라이언트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무는 기본이고 술 노래 골프 등 다방면에서 클라이언트는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기분을 맞춰 주는 게 아니라 신뢰를 쌓는 과정입니다.”

그는 “테스트 과정을 통과하다 보면 어느덧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클라이언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원의 응집력과 CEO의 리더십

“(기업은)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집단.”(정)

“(기업은) 세계적으로 한국이 인정받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박)

기업을 보는 눈은 비슷하지만 두 사람은 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정 파트너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박 파트너는 사원의 응집력을 강조한다.

정 파트너는 눈부신 성장을 보이는 국내 기업들은 모두 CEO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전적으로 CEO의 역량”이라며 “주인의식이 없거나 부족한 CEO와 일할 때가 가장 괴롭다”고 말했다.

박 파트너는 성공적인 한국 기업의 특징으로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 사원들이 마음을 합치고 회사를 위해 희생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경영진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도 사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헛수고”라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사원들이 진흙이냐 모래알이냐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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