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4곳 중 1곳 “신입사원 입사 1년뒤 절반도 안 남아”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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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소 기계설비회사의 인사 담당자 이모(43) 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작년에 뽑은 신입사원의 70%가 1년도 안 돼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의 집으로 입사 축하 카드를 보내고 가족 초청 행사를 여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아무리 설득해도 급여 수준에 불만이 있는지 다들 떠나버렸다”고 한숨지었다.》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박모(32) 씨는 전형적인 ‘철새 직장인’.

2년 전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연봉과 복리후생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광고회사로 옮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조직문화에서 오는 염증’을 느꼈다. 지난해 다시 직장을 그만둔 그는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 기업 26% “1년 뒤 절반 이상 떠나”

기업들이 새내기 직장인의 ‘파랑새 증후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랑새 증후군은 동화극 ‘파랑새’의 주인공을 빗댄 말로 신입사원이 현재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직장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현상을 뜻한다.

이들은 정처 없이 직장을 옮겨 다닌다는 뜻으로 ‘메뚜기족’, 현재 직장을 다니지만 꾸준히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는 뜻의 ‘취업 반수(半修)생’으로도 불린다.

1일 취업 인사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전국 36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4곳 중 1곳 꼴인 26%의 기업들은 입사 1년이 지나면 신입사원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1년 뒤 신입사원 모두가 남아 있는 기업은 3.6%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은 사정이 더 어렵다. 1년 뒤 신입사원 절반 이상이 퇴직한 회사의 비중은 중소기업(28.7%)이 대기업(12.9%)의 갑절이나 됐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데도 나타나는 이런 현상에 기업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

한 증권사 인사 담당자는 “배짱이 좋은 건지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입사 1년도 안 돼 나가는 신입사원들은 붙잡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토록 힘들게 잡은 직장을 신입사원들은 왜 쉽게 그만둘까.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장 분위기나 직무, 급여 불만족’이 64.4%로 압도적이었다.

우선 지푸라기라도 잡고 보자는 심정에서 ‘아무 곳에나’ 덜컥 합격은 했지만 직장 생활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쉽지 않았고 적성에도 맞지 않았다는 것.

인크루트 이광석(李光錫) 대표는 “구직자들이 기업과 직무에 대한 탐색 없이 ‘묻지 마 지원’을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파랑새 잡기’ 안간힘

기업들은 ‘파랑새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채용과 교육, 직무 적응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 손실 때문에 멍하니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것.

여행사 하나투어는 입사 6개월이 지난 직원에게 스톡옵션(주식 매수선택권)을 준다. 이직률을 낮추고 입사경쟁률도 높이려는 전략이다.

교육업체 ㈜대교도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뒤 1년간 퇴사하지 않고 ‘잘 다니면’ 4, 5일간의 해외연수 혜택을 주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이처럼 후견인이 일대일로 상담해 주는 멘터링 제도와 직무 교육, 가족 챙기기 등으로 신입사원을 챙기는 기업의 퇴사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근에는 이미 뽑은 직원을 챙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나가지 않을 사람’만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복 합격으로 경쟁사에 신입사원을 많이 뺏기는 대기업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인사 담당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미리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어 취업설명회마다 “우리는 이런 사원을 원한다”고 구직자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LG경제연구원 강승훈(姜承勳) 선임연구원은 “종신고용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자란 신세대는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을 원한다”며 “하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퇴직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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